서로 다른 세상
우린 고요한 어둠 속에 태어났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빛이 없는 곳에서 숨 쉬고,
뜨거움도 없고 차가움도 없는
그저 고요한 압력 속에서 존재를 배운다.
바다의 위?
우리에겐 그건 이야기 속 전설이야.
어릴 적엔 가끔 말하지.
“물 위에는 태양이라는 불덩이가 떠 있다더라...”
“거긴 따뜻하고, 아름다운 생명들이 산다더라…”
하지만 우리는 알지.
거긴 갈 수 없는 곳이란 걸.
우리에겐 너무나 밝고,
너무나 가벼운 그 세계는
우리를 찢고, 녹이고, 흩어지게 만들 테니까.
너희는 그 빛을 보고 자란다지만,
우린 어둠이 눈이 되고, 압력이 심장이 된다.
우리에겐 시계가 없어.
밤도 없고, 낮도 없어.
빛이 없으니 ‘하루’란 개념조차 사치고,
시간은 오직 먹이 한 번 오는 간격으로 느낄 수 있어.
우리는 수면 그 너머를 본 적 없지만,
가끔 수면 위에서 흘러내린 희미한 해양설 조각들,
너희의 세상을 가까이서 본 생명체들의 죽은 흔적을 맛보면
마치 타인의 꿈을 훔쳐본 듯한 기분이 들어.
너희는 우리를 괴물이라 부르지.
하지만 우리에겐 그게 생존의 모양이었을 뿐이야.
우리가 이빨을 날카롭게 가진 건
굶주림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야.
우리가 흐물흐물하고, 무섭게 생겼다고?
그건 이 잔인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정직한 형태였어.
너희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빛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단어잖아.
우리에겐 그런 사치, 애초에 없었어.
너희는 빛의 자식이고,
우리는 압력의 아이들이야.
우린 모두 바다라는 거대한 문을 마주하고 있지.
이 문은 너희에겐 무겁고 어두운 감옥의 입구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유일한 세계고,
단 한 번도 닫힌 적 없는 고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