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by 써머

OO쌤


여느 때처럼 312 버스에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다음 시청역에서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내릴 것이다. 나는 부러 뒷좌석쪽으로 몸을 옮긴다. 나는 흡사 1955년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서 버스를 타던 로사 팍스가 된다. 노란색, 핑크색으로 가득찬 앞자리는 어차피 비어도 내가 앉을 수 없는 구역이다.


그때다.

OO쌤

한 중학생 여자아이가 내가 있는 하차 구역으로 다가온다. 아마 친구와 함께일 것이다.

다행히도 그 애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이 내게 자신감을 준다.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눈빛으로 그애를 부른다.

##, ##

너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으로 다시 한번 그애의 이름을 부른다.

아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파악할 새가 없다. 오히려 다행이다. 우리의 강렬한 눈맞춤. 그리고 단발성의 두 번의 부르짖음. 순간이 지나고 아이는 버스 밖으로. 나는 가까운 빈자리에 앉았다.

나는 아이를 돌아보지 않는 대신 과거를 떠올린다.

삼년전인가, 사년전인가.

눈이 크고 맑은 피부에 엷은 빛의 머리칼 소녀. 몸은 한 움큼 자랐건만 얼굴은 그대로다.

고맙다.

내 이름을 불러준 그애가.

다행이다.

나도 이름을 불러 준 것이.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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