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써머

앞마당에 감나무 하나가 있다.

키는 내 두 배 정도에 지름은 내 키만하고

나이는 열살즈음 아니 그보다는 좀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현관문으로 향할 때마다 나는 감나무를 쏘아 본다.

감나무 바로 옆에는 현관으로 향하는 보도블록이 놓여 있다.

사방으로 뻗은 가지를 피하려면 이래저래 몸의 균형을 지켜야 한다.

한번은 한밤중 집에 들어오다가 감나무 가지에 얼굴이 찔릴 뻔 했다.

더욱 내 신경을 거스르는 건 감나무 밑에 떨어진 감들의 흉측한 몰골이다.

떨어진 한덩이의 감을 걷어찬 내 검은 운동화는 한동안 감의 속살을 떨궈내지 못했다.

상체는 가지를 피하고 발은 물렁 감을 밟지 않으려 애를 쓰는 나의 몸은 흡사 곡예사다.


아버지는 남의 집 감나무에서 떨어졌다.

한밤중에 지네처럼 기어서 집에 돌아왔다고 했다.

아버지의 소원은 허리에 철심을 박는 일이었고 장어를 먹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어제 저녁 현관문 앞에 놓인 감 바구니를 보았다.

며칠이 지나면 녀석들은 살이 통통하게 오를 것이다.

아버지는 그 중 한 녀석을 골라 내 방 책상에 놓아 둘 것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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