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을 지나가는데 점점 가라앉는 늪에서 빠져들어가 멀리서 보이는 빛을 향해 나갈 수 없는 기분
코로나가 극성일 때 내가 느낀 감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런 말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나는 원래 사람을 좋아하고, 인문학을 사랑하며, 커뮤니케이션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닥친 팬데믹 상황은 나의 일상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고, 상황은 더 악화되기만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무력하게 무너져 내렸다.
사람들은 이를 '코로나 블루'라 불렀지만, 나에게는 그저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내가 왜 그토록 깊이 무너졌는지, 이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었다. 카페에서 소소하게 나누는 대화에서 때로는 진지하고 철학적인 이야기.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일상이자 삶의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모든 것이 단절되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과 '소통'이 사라져 버렸다. 이러한 단절은 더욱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다.
상실감과 무력감에 잠겨서 내가 한 행동은 회피였다. 사람 만나는 것도 줄이고, 읽던 책도 그만두고, 간간이 써오던 일기나 글쓰기도 그만두게 되면서 한 달 동안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눕고 밥 먹고 자고만을 반복했다.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 나를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이 시기가 단순히 견뎌내야 할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에 미처 하지 못했던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마치 알에서 깨어나는 애벌레처럼 나도 조금씩 꼬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조금은 천천히 하지만 진지하게 나 자신을 돌아봤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할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천천히 나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놀라운 발견을 했다. 내가 사람들과의 소통을 그토록 갈망했던 것은, 단순히 외로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본질적인 부분이었다. 나는 타인과의 교감을 통해 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며,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더욱 깊어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앞에서 말했지만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인간"과 "소통"이었고 그것은 곧 내가 인간관계를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구나를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고, 더 나아가 인문학을 추구하게 됐다는 걸 알게 됐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내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립하게 되고, 내 소통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들도 있다. 몇몇 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는 상황들도 생겼다. 하지만 단순히 오래 만나는 인간관계가 중요하지 않고 결국엔 마음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도 멀어질 수 있었고, 진정한 마음과 소통을 나누면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였다.
나는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시도하며 적응해 갔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모임을 나가기도 하고, 책을 통한 교감을 나누면서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냈다.
2024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나는 이 모든 경험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코로나 블루라는 깊은 우울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나는 오히려 나 자신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결국 '사람'과 '소통'이라는 변함없는 가치였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성장하는 중이다. 걷다가 달려보기도 하고 때로는 템포를 늦추며 쉬었다가 다시 걸어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그것이 후퇴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모든 순간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다움이고, 내가 가장 행복해지는 방식이니까. 비록 그 형태는 달라질지언정, 본질만큼은 변함없이 지켜나가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조금 더 나답게, 조금 더 단단하게 성장해 나갈 것이다.
마치 코로나가 이제는 팬데믹을 일으킬 정도로 무서운 병이 아닌 감기와 같은 것과 같이 코로나 블루도 내 열정으로 인해 조금씩 붉게 물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