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습관 디자인으로 나와 나의 행복을 찾아가기

by 김종욱

"뭐가 잘 안 돼도 '내가 그것도 했는데 이것도 할 수 있지' 이런 마음을 먹게 되어요. 이게 제 인생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에요."


개인적 인연으로 몇몇 분의 습관 디자인을 도와드렸습니다. 습관을 만들고 지켜가기 위한 수단으로 일대일 파트너십도 권유했었는데요. 6개월 넘게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는 두 분과 만나, 습관 디자인하기와 각자의 인생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일과 가정 사이에서 습관 디자인 덕분에 스스로를 찾아가기 시작한 유지원님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아주 작은 습관 한 가지로부터 긍정적인 자아상을 찾아내고, 20년 뒤의 모습까지 꿈꾸게 된 지원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Q1 "습관 디자인 모임에 참석한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저는 아무런 고민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아가면 그걸로 충분한 거라고만 생각했지, 스스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나 미래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같은 고민을 한 번도 안 해본 거였죠. 그런데 막상 출산 후에 육아에 전념을 하다보니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어요. '내가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던 것 같아요. 20대에 바라던 것을 모두 이루었는데, 막상 이루고 나니까 공허함을 느끼기 시작한 거였죠. 체크리스트를 다 채웠는데 가운데에 구멍이 큰 것 같다는 느낌.


그렇게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특별한 시도는 하지 못한 채로 3년 정도를 보냈어요. 그러다가 사내에서 습관 디자인 모임이라는 게 눈에 띄었어요. '이런 거 한 번 해보면 좋겠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참여했었어요. 그 당시에도 그 정도 수준의 생각만 했던 거였죠.


Q2 "어떤 습관을 시도해 보셨나요?"


처음 시작한 건 출근길 계단 오르기였어요. 사무실이 건물에서 5층인데, 1층에서 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는 거였죠. 이때 습관 디자인 원칙의 도움을 받았어요. '건물 회전문을 통과하면 곧바로 계단 출입구로 향한다'는 조건을 설계했어요. 아주 단순하게 시작한 것이었는데, 하루 이틀 해내다 보니까 성취감이 너무 크더라고요.


삶에서 제가 어렵고 힘들어도 해낸 일이 있다는 게, 되게 인상적으로 제 기억에 남더라고요. 감정적으로 힘든 날, 신체적으로 힘든 날도 있었지만 이걸 꼭 지키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 경험들이 정말 진하게 남았고, 그다음부터는 뭐가 잘 안 돼도 '내가 그것도 했는데 이것도 할 수 있지' 이런 마음을 먹게 되어요. 이게 제 인생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에요."


Q3 "요즘은 어떤 습관을 만들고 있나요?"


계단 오르기를 넘어서, 조금 더 풍족하게 습관을 만들어보자는 욕심을 좀 부리고 있어요. 출근길에 고정적으로 롱블랙 아티클을 한 편씩 읽고 있어요. 제가 출근길 중에 7호선을 타는 시간이 15분에서 20분 정도인데요. 딱 시간이 맞아요. 7호선을 타면, 곧바로 롱블랙 아티클을 한 편 읽는다. 이렇게 실천하고 있는 거죠.


Q4 "콕 집어서 롱블랙을 선택하신 이유는 뭐예요?"


자신만의 길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읽고 있어요. 트렌드는 계속해서 변하지만, 그 사이에서 나만의 길을 찾고 나만의 어떤 것을 이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저에게는 훨씬 큰 영감을 주더라고요. 제가 트렌드를 쫓는 데에 둔감한 사람이기도 하고, 그걸 쫓으려 애쓰기보다는 나도 나만의 길을 가다 보면 무언가가 있겠지 하는 나름의 희망이 있거든요. 이 마음이 있어서인지 주로 그런 글에 시선이 가는 것 같아요.


저에게 중요한 키워드는 '안정감'이에요. 사람이 불안할 때 고장 난 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남과 비교하면서 내가 뒤처지고 있다라는 그 생각 자체가 불안 덩어리잖아요. 그런 관점의 안정감 추구를 하다 보니,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나대로 살자라는 생각이 늘 있었던 편이에요. 그런데 롱블랙에서 자기만의 길을 찾고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보니, 약간의 깨달음 비슷한 게 왔어요. 그렇게 가도 남들이 인정하는 그 성공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내 삶에 한정된 시선이 아니라, 그 여정을 걷더라도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열릴 것이라는 생각이 생긴 거예요.


Q5 "다른 습관은 무엇을 시도해 보셨어요?"


작은 성취를 쌓아서 성공을 했는데, 이어서 욕심이 크게 나더라고요. '이거 했으니까 좀 더 나은 성과를 내자' 이런 식이었죠. 그런 걸 시도하다가 많이 실패했어요.


대표적인 게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독서하기요. 처음에 욕심을 부려서 시작했는데, 얼마 못 가서 실패했어요. 날씨가 추워지면서 특히 그랬죠. 지금은 욕심을 안 부리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욕심을 부리니까 실패의 경험이 쌓이더라고요.


꾸준히 할 수 없는 일을 습관으로 만들어 보려고 끼워 넣었던 것 같아요. 출근길 계단 오르기는 그냥 정말 나의 원래 하던 것의 흐름 안에 있는 건데, 일찍 1시간 일찍 일어나기는 1시간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 해야 되는 일들이 많더라고요. 일찍 자야 되고 그러려면 하루에 마무리를 일찍 해야 되고 그렇게 연결되는 게 너무나 많았어요. 삶의 변화 폭을 작게 유지해야 되는 거죠. 너무 급격하게 다음 스텝으로 가려고 했던 것을 반성하고 있어요.


Q6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계신데요. 파트너십이 어떤 도움을 주었나요?"


저의 의지를 더 다져준 것 같아요. 붙잡아주는 역할을 한 거죠. 혼자만 했다면은 그냥 조용히 안 하고 패스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데요. 그런 '슬쩍'을 하지 않게 해 준 역할이 일단 컸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를 위해 깊게 생각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감명을 주고 있어요. 파트너인 은솔님이 말씀하시길, 제가 특정한 습관을 통해 정말 얻고 싶은 게 무엇일까를 고민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 꼭 그 습관이 아니라 다른 수단으로도 그곳에 도달할 수 있잖아요. 은솔님은 저를 위해 그렇게 '다음 수단' 세팅하기까지를 해주려고 노력하셨더라고요.


케어받는 게 되게 좋다는 걸 느꼈어요.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 그만큼 고민해 주고 했다는 거에 되게 너무 감동이고, 저도 그런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 단순히 숙제 검사하듯 습관을 체크하는 사이가 아니었어요. 진짜 은솔님의 삶, 저의 삶, 은솔님의 가치관, 저의 가치관을 가감 없이 얘기할 수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습관 설정할 때도, 실행할 때도, 조언을 줄 때도 무언가가 달랐던 것 같아요.


Q7 "습관 디자인을 계속 시도하는 궁극적인 목표 같은 게 혹시 있나요?"


예전에 생각했던 저의 행복은 '나의 희생을 발판으로 한 가족의 행복 만들기'였어요. 어린 시절 제가 보고 자랐던 우리 가족의 모습이 그랬거든요. 저에겐 너무나 자연스러운 방식이었죠. 그런데 그래서는 내가 나로서 온전히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알았고, 진짜 나의 행복을 찾아가는 와중인 것 같아요.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면, 저는 '누구보다 빛나는 50대를 맞이하자'라는 소망이 있어요. 꼭 해낼 거예요. 커리어에서도 완성의 모습을 갖추고 싶고, 또 외관도 아름답게 유지하고 싶어요. 일을 잘 해내고 나를 잘 가꾸기, 두 가지의 궁극적인 목표인 거죠. 지금이야 육아라는 제약이 약간 있지만, 아이가 크면 클수록 점점 그 허들이 낮아질 거라고 봐요. 그래서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50대의 제가 저의 일로 롱블랙의 한 아티클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인터뷰 내내 지원님이 반복해서 하던 말이 있습니다. "그것도 해냈는데. 이것도 할 수 있어."


출근길 계단 오르기라는 작은 습관 하나가 지원님에게 선사한 것은 성취감 그 이상의 무언가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려움을 견뎌낸 경험, 그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자아상. 그리고 그 자아상이 다른 삶의 국면에서도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삶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작가의 이전글시간의 종류에 따른 업무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