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책(1): 이스탄불 편

-(내이름은 빨강)과 이스탄불-

by 향지소피아

-(내 이름은 빨강)을 읽으며 이스탄불 골목길을 상상하다-


2024년 가을에 읽은 책이다. 1. 2권으로 된 소설 책. 최근에 드물게 읽은 소설책 중에서 매우 인상적이고 오래 마음에 남는 작품이었다. 1998년에 발표된 소설이며, 2006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언젠가는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실행을 하게 되었다. 읽고 난 후 감흥은 매우 컸다. 일단 충격적이었다. 신선했고, 재미도 있었으며, 지적 호기심도 채워주는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스타일이었다.



<내 이름은 빨강>은 16세기 말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의 궁정에서 세밀화를 그리는데 참여하는 어느 금박 세공사의 죽음의 진상을 밝혀내는 일종의 추리소설이다. 이 소설이 매우 신선했던 것은 다중 서술자때문이었다. 매우 다양한 서술자가 등장한다. 이미 주검이 되어버린 시체, 그림속의 말, 마을의 나무 등의 의외의 서술자가 등장하는 것이 독특하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오스만 투르크제국 시절의 독특한 그림 양식인 세밀화, 술탄이 사는 궁정, 등장인물들이 누비는 이스탄불의 골목길과 풍경, 왁자지껄한 카페와 이국적인 냄새 들을 상상해 보았다. 두 권으로 이루어진 소설을 일상의 틈을 통해서 다 읽고 났을 때, 나는 한숨이 났다. 간절함! 이스탄불로 가야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추가되었다.



트로이의 목마, 이오니아 학파, 비잔틴 제국과 성 소피아 성당, 블루모스크, 유럽와 아시아를 잇는 순교자의 다리, 흑해와 에게해를 두고 흐르는 보르포러스 해협, 오르한 파묵의 도시, 그리고 <내 이름은 빨강>, 세밀화.




드디어 소망이 이루어졌다. 2025년 1월 첫날 이스탄불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이번에는 터키 공항이 경유지가 아니라 목적지로서 도착하게 되었다.






톱카프 궁전 (술탄이 살았던 궁)의 평화의 문 (소설에서도 오스만 제국의 술탄이 등장하는데 아마 이런 궁전에 살았을 것이다)





톱카프 궁전의 정원




술탄의 알현실(역대 오스만 제국의 술탄들이 사절, 손님, 어머니, 부인, 후궁, 자녀들을 맞이하며, 오락 행사나 종교 행사, 결혼식 등 중요한 행사를 하던 곳), <내 이름은 빨강>에서도 사건의 의문을 해결하는데 주력하는 주인공이 술탄을 알현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 이런 장소에서 술탄을 알현하지 않았을까?







세밀화(miniature)는 오스만 제국에서 궁정 중심으로 발달한 독특한 회화 양식으로, 주로 책과 문서 속에 삽입된 삽화 형태로 존재함.







르네상스 유럽 회화와 달리 원근법을 사용하지 않고, 사물과 인물을 평면적으로 배치함. 현실적인 묘사보다 상징적 의미와 서사 전달에 집중. (이를 테면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의궤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의궤는 조선 시대 궁궐에서 결혼이나 제례가 있을 때 도화서의 화원들이 기록화로 남긴 것.)

(우리나라 강화도 외규장각 보관소에 있는 조선시대 시대 의궤 , 원근법을 사용하지 않는 평면기법이 비슷하지 않는가?)




이스탄불 골목길의 상점. <내 이름은 빨강>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이스탄불의 골목길은 조밀한 골목길이었다. 실제로도 이스탄불의 골목은 조밀했고, 그 골목길마다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로 가득했다,.형형색색의 이국적인 기념품들이 신비로웠다.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알라딘의 요술 렘프 같은 기념품들이 자태를 뽐내며 손님을 기다리고있었다.




화려하고 신비한 아라베스크 문양이 그려진 도자기를 파는 상점 앞에서



오스만 투르크 제국 시절의 이야기가 담긴 스토리텔링화 도자기





술탄 아흐메트 블루모스크( 성 소피아 성당과 마주 보고 존재한다)




성 소피아 성당( 비잔틴제국 시절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창건하고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재건하여 537년에 완성한 비잔틴 양식의 대표적 건축물)(동방정교회성당에서 이슬람모스크로, 이슬람모스크에서 박물관으로 박물관에서 다시 모스크로 지정.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됨)은 기독교와 이슬람, 동양과 서양, 종교와 세속의 역사를 모두 담은 건물임.



<내 이름은 빨강>이란 제목에 등장하는 '빨강'은 단순한 색을 의미하는 것일까?


내게 책을 읽는 행위는 빈 잔을 채우는 것이고, 빈 잔이 가득 채워지고 넘쳐날 때 그곳에 가서 확인해보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여행을 다녀와서는 또 두고두고 꺼내서 되새겨 보고, 경험과 기억을 내면화 시켜보는 작업을 하는 데, 그것이 글쓰는 작업이다. 이번 튀르키예의 이스탄불 여행은 '시간과 문화가 중층된 기억의 공간' 이란 문구를 사금처럼 채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