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이 뭐예요?
뇌전증.
주변에 병증을 가진 사람들은 그나마 단어를 들으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생소한 사람들은 간질이라고 말을 해야 겨우 알아듣고, 그중 대부분은 술 좀 적당히 마시라며 타박한다.
그래서 좀 더 상세히 말해주면 그들은 간 질환으로 들었다며 대답해 준다.
사람들은 내게 물었다.
하나도 안 아파 보이는데, 왜 아픈 척하냐며.
그리고, 내 발작을 본 사람들은 말했다.
불쌍하다고.
뭐가 불쌍하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얼버무렸고, 나는 그들과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말했다.
혹시나 다음에, 경련을 하는 사람을 보는 경우가 있다면, 제발 부탁이니 억지로 몸을 제압하지 말라고.
아파죽겠다고.
뇌전증이라는 질환을 가진 사람을 자신 말고 처음으로 본 날.
나는 생각했다.
약 잘 먹어야지.
1차 병원이 진료비가 싸다 의심하고,
2차 병원이 과잉진료한다 의심하고,
3차 병원이 검사비를 부풀려 받는다 의심하며,
약 대신 술로 몸을 채우며, 뇌전증 발작과 함께 몽유병까지 가진 또 다른 뇌전증 질환을 가진 사람을 보며, 제발 경련 중에는 제압하지 말라고 했던 나는 그 사람의 팔을 당겨 침대에 던져버렸다.
뇌전증을 가지고 있어요.라고 말을 하면 의사나 간호사들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옆에 있는 동료에게 묻는 것을 보았다.
그게 뭐냐고.
그리고 간질이라고 말을 해야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모두는 아니었지만, 그런 의사도, 간호사도 있었다.
술을 진탕 마시고 술 깨는 약을 처방받으러 간 약국에서 발작으로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
약사의 “뭐 해?! 눌러!”라는 말도 들었고,
가슴 통증으로 구급차에 실려가던 중 발작으로 전신을 떨고 있을 때,
자신을 내리누르는 구급 대원에게 제발 누르지 말라고 말도 하지 못하고 의식이 날아간 적도 있었다.
내가 본 사람들.
의사, 간호사, 약사, 구급대원들도, 모르는 건 똑같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