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잡념

우산 - 소중함을 잊은 나에게

by 녹장



어느 습한 퇴근길이었다.

어쩐지 하루 종일 땀이 송골송골 맺히더라니,

아뿔싸...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분명 어제 날씨를 미리 확인하고 잔 것 같은데,

아침에는 늘 정신이 없어서 까먹는다.


떡할지 한참을 고민해도, 방법은 없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근처의 편의점까지만이라도 뛰어가기로 결심했다.

맞고 가기엔 묘하게 기분 나쁜 양이지만 막상 쏟아진다고 표현하기엔 맞을만해 보이는 비였기에, 감당하기로 한다.


문득 일기예보와 다르게 비가 오지 않는 날, 들고 다니기 무겁다고 우산에게 툴툴댄 게 미안하다.

그 순간에는 애물단지였던 나의 녹슨 우산.

우산이 소중했음을 사라졌을 때야 깨닫는다.


마음은 결심했지만, 비가 약해지기를 조금 더 기다렸다.

역시나 좀처럼 사그라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 숨을 한 번 깊게 쉬고, 뛰었다.


빗소리와 뜀박질 소리가 뒤엉킨다.

바닥은 이미 젖어 들어 찰팡찰팡 물소리가 간간이 퍼진다.

소중함을 잊은 대가는 제법 차가웠고,

나를 책망하듯 하늘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다시는 불평하지 않을게.

소중함을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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