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잡념

구멍 난 양말 - 참으면 구멍이 난다.

by 녹장

어느 날, 발 뒤꿈치가 쓰라렸다.

이상해서 보니까... 양말에 커다란 구멍이 나서 운동화에 쓸린 흔적이 있었다.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불쌍한 녀석.

두툼하고 발에 잘 맞아서 편한 양말이라 자주 신었더니 혹사되어 뜯어진 것 같다.


잠깐만 닿아도 발 뒤꿈치가 아려오던데, 묵묵히 뜯어질 때까지 마찰을 견뎌온 기특한 녀석.

아프다고 말이라도 했으면 좋아하던 양말이라 조금 더 아껴서 신었을 텐데, 미련하게 뜯어진 모습이 퍽 안타까웠다.


어느 신발이 너를 가장 괴롭혔을까?

가끔 경조사에만 신던 구두가 가장 아팠을까?

자주 신던 크록스는 뒤에 닿을 일이 없으니 괜찮았겠지?

비 오는 날의 장화가 제일 답답했을까?

아니면 오늘도 신고 나온 운동화가 내 발 뒤꿈치처럼 아프고 따가웠을까?


범인을 찾아서 뭘 할까.

이미 양말은 뜯어졌고, 쓸모를 잃었으니 버려야 한다.

새로 사면 그만이지만, 내 발을 묵묵히 지켜온 애착 양말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며 이만 놓아주려 한다.

조용히 참아봤자 찢어질 뿐.

입이 달렸다면 힘들다고, 아프다고 말이라도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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