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잡념

신용카드 - 가짜 여유

by 녹장


매월 22일. 신용카드 결제일이자, 내가 놀라는 날이다.

뭐 이렇게 씀씀이가 은지, 여기저기 알차게 저질러놓은 내 소비는 계획된 금액의 배를 넘기 일쑤다.
비싼 레스토랑, 중요한 날이라 어쩔 수 없지.
? 안 입을 순 없으니 이것도 사야지.
여행 갈 비행기값은 큰돈이라 할부로 긁었지.

하나씩 뜯어보면 이유는 늘 차고 넘친다.
나에게 없었던 건 소비해야 할 명분이 아닌, 여유였다.

뒤늦게 후회가 몰려온다.
카드를 쓸 때는 참 쉬웠다. 여유가 있었으니까.

그래. 분명 여유가 있었다. 있었다고 느꼈다.

왜 없는 여유를 있었다고 느꼈을까?

미래를 담보로 벌어온 현재를 여유로 착각한 건 나의 오판이다. 이런 착각이 나의 씀씀이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시간도 그렇다.
낮에는 바쁘지만 밤에는 어딘가 여유롭다.
이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글 쓰는 취미도 중요한 업무도 대부분 밤에 처리한다.

나는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현재를 빌리기 위해 미래를 지불한 빚쟁이가 되어있었다.

지금이라도,
가짜여유에 속지 말고 아껴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가짜여유에 속지 말고 부지런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달에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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