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여린 소녀가 강인하고 자유로운 여인이 되기까지

『고블린 도깨비 시장』

by 쇼쉐이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고블린 도깨비 시장』은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소개된 작품인데,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제시한 해석이 굉장히 흥미로워서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로세티의 첫 시집을 번역한 책인데, 개별적인 시들로 이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시 전체가 유기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고 느꼈다. 전반부는 통통 튀는 재기발랄하다면 후반부는 종교적인 분위기가 짙고 진지해지기에 서로 상당히 다른 느낌의 시들이지만 일종의 통일성이 있었다.

내가 본 전반부는 문학과 시를 사랑하고 재치 있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가 여성의 글쓰기를 반대하는 사회와 부딪히는 것이 큰 내용이었다. 그만큼 도전적이었고, 재치가 넘치는 시들이 많았다. 로세티는 문학을 하고 싶어 하는 소녀의 크나큰 열망과 꿈, 그리고 이를 가로막는 것들을 대화체의 시에 담아낸다.

세상은 소녀의 재능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며 글을 쓰는 여성은 세상이 원하는 여성이 아니었기에 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녀는 굴하지 않고 반짝반짝 빛을 내며 통통 튀는 시들을 써나간다. 세상이 그런 자신을 말려 죽일지라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지라도.

그래서 전반부의 시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조여드는 느낌과는 달리 느슨하게 풀어진 느낌이 강하다.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고 싶은 소녀의 열망이 시를 통해서 드러난다. 세상은 그런 소녀를 자꾸만 땅에 매어두려고 하지만, 소녀는 결코 쉽게 붙잡히지 않는다.

반면 후반부는 세상과의 충돌을 겪은 소녀가 한층 더 성장해 본인만의 굳은 신념을 가진 여인이 된 것 같았다. 종교적인 주제가 많이 나오지만, 내게는 기독교 그 자체라기보다는 시인의 신념 그 자체로 느껴졌다. 세상과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지켜낸 시인의 자리와 문학에 대한 열정을 종교적 열정으로 표현했다고 느꼈다.

재기발랄하던 소녀는 세상과의 수많은 충돌을 통해 반짝이던 빛은 조금 쇠했지만, 대신 단단해지고 강해졌다. 전반부의 소녀는 반짝이며 통통 튀긴 했지만 조금은 약해보이고, 아슬아슬해보였어. 세상에 맞서고는 있지만 과연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들어서며 그 소녀는 강인한 여인이 되어 자신의 신념을 굳게 지켜낸다. 자신만의 글을 쓰겠다는 신념을 마음 속에 품고, 여전히 자신을 못마땅해 하는 세상에 맞서 꿋꿋하게 버틴다. 그 누가 뭐라 할지라도, 자신의 재능은 절대 말라 죽지 않고 꽃을 피울 거라며, 자신을 옭아매려 할지라도, 자신은 훨훨 날아 자유로이 세상을 누빌 것이라며.

자신의 모든 열정을 시에 꾹꾹 눌러 담아내는 로세티와 그녀의 시가 보여주는 재기발랄함이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게다가 구어체를 이용한 번역을 통해 로세티 특유의 재기 넘치는 말맛을 살린 정은귀 번역가의 번역이 유독 돋보여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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