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옷소매 붉은 끝동의 마지막 회에서 이준호가 뱉은 대사다. 박학다식한 정조는 대왕대비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 여긴다며 이 고사를 꺼냈다.
헉, 이렇게 얻어걸리나. 이 대목에서 나는 2022년을 살아갈 나만의 뾰족한 방도를 발견했다. 뜻밖에 성은이 망극하였다.
나와 회사, 나와 일? 그냥 대충 불가근불가원하면 되지 뭐.
나와 사춘기 아들 둘? 내 반드시 불가근불가원 하리라.
나와 커피 또는 맥주? 불가근불가원 할 수 있어.
나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불가근불가원만 하면 서로 편할 거야.
세상에나 세상에나, 대입하는 족족 문제가 술술 풀리는 만능 공식이로다. 그래, 나와 나 아닌 것 사이의 거리 조절이 안 돼 힘들 때마다 이 단어를 내뱉으면서 내 위치를 잘 잡아보자. 불가근불가원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