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소장의 '식자재 탐구생활'
'업소용 돈까스를 잘 고르는 지혜'
업소에서 널리 사용하는 냉동 수제돈까스를 전지적 식당 시점에서 탐구해 봅니다.
돈까스는 양식으로 처음 소개된 이후 수십 년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화되어 이제는 한식화 된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입니다. 돈까스 명칭의 유래는 오스트리아의 슈니첼이 서양에서 커틀렛으로 진화하고 일본에서는 카츠가 되고 한국으로 전해져 돈까스가 되었습니다.
서양의 돈까스(포크커틀렛)는 고기를 넓게 펴서 망치로 두드리고 계란물에 고기를 담근 후 주로 건식(마른) 빵가루를 입혀 튀겨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7~80년대 한국의 경양식당에서 유행하던 추억의 돈까스가 바로 그 원형입니다. 일본의 돈까스는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조미된 베터믹스 액에 담그고 입자가 큰 습식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후 칼로 썰어 내는 방식입니다. 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도록 일본식으로 변화된 것이죠. 반면에 한국식 돈까스는 서양식과 일본식의 특징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했는데요, 고기를 넓게 펴는 것은 서양식 스타일이지만, 습식 빵가루를 입히는 것은 일본식을 반영했습니다. 소스는 일본처럼 찍어먹는 방식이 아닌 돈까스에 부어 먹는 서양식으로 발전했습니다. 80년대에는 경양식집이나 레스토랑 메뉴였으나 공장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90년대부터는 일반 식당이나 분식집, 단체급식에서 공장돈까스를 널리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냉장이 아닌 냉동 돈까스가 더 발전했을까?'
업소용은 물론 가정용 돈까스도 냉동방식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합니다. 그 이유는 냉장 돈까스보다 보존성이 좋고 냉동에서는 빵가루의 이스트 발효가 중지되어 유통 중 맛의 변화가 최소화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2000년대에 들어 -40℃ 이하로 식품을 급속히 냉동시키는 프리저(Freezer)가 식품공장에 많이 보급되기 시작한 것도 냉동 돈까스의 확산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바로 만들어서 바로 먹는 경우는 냉장 돈까스가 맛있지만, 마트나 시장에서 만드는 현장 조리 냉장 돈까스보다 공장에서 만드는 냉동 돈까스가 이스트 발효 위험성이 적고 조미와 풍미가 우수한 베터믹스 레시피가 발달하여 더 안정적인 맛 관리에 유리합니다. 빵가루는 대다수의 공장이 빵가루의 입자를 살리기 위해 건식이 아닌 습식 빵가루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만드는 돈까스도 대부분 '수제돈까스'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상당 부분 기계의 공정에 의존하지만 제조공정 중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냉정히 보면 수제라는 용어를 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현행법상 합법이긴 하지만).
돈까스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돈등심을 통으로 넣어 만든 통살돈까스, 등심이나 후지 부위를 3~6cm 크기로 썰어 밑간을 한 후 버무려 H성형기 등으로 찍어 만든 성형(순살)돈까스, 돈육을 곱게 갈아서 빵가루, 전분 등과 함께 버무려 성형기로 찍어 만든 민찌돈까스로 나눌 수 있습니다.
- 통살돈까스 : 식감이 가장 좋은 고급형 돈까스입니다. 통살돈까스는 통고기를 늘리는 작업 특성상 모양이 제각각이어서 수작업 형태로 보입니다. 예전에는 높은 단가로 인해 학교급식 경로에서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2007년, 식자재왕 수제돈까스가 통살 스펙으로 상신종합식품에서 제조되어 외식시장에 론칭된 이후 최근에는 업소용 돈까스로 가장 많이 생산되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 성형돈까스 : 한맥식품의 H성형돈까스인 명가돈까스가 김밥OO 체인 등에 납품하여 널리 유행한 방식으로, 고기 씹는 식감은 통살에 비해 떨어지지만 고기에 소금, 후추, MSG 등의 밑간을 하여 풍미가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살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므로 저가 메뉴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성형돈까스는 형틀에 넣고 찍어내기 때문에 일정한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믹스하고 찍어내는 과정에서 품질저하 우려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 민찌돈까스 : 다진 고기라는 뜻의 민쓰(Mince)의 일본식 발음으로 토착화된 민찌돈까스는 돈민찌 분쇄육과 저렴한 닭고기 기계발골(MDCM)육을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돈까스 단독 메뉴용으로 사용하기보다는 도시락 반찬용, 분식집 튀김용(피카츄 등)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점차 사용량이 감소되고 있습니다. 민찌돈까스도 형틀에 넣고 찍어내기 때문에 일정한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갈아서 찍어내는 과정에서 품질저하 우려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돈까스는 한 장당 60g에서 300g까지 다양하게 제조되고 있습니다. 2000년 초중반에는 성인 기준 1인분으로 200g이 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180g이 더 많이 사용됩니다. 가장 많이 소비되는 130g은 청소년과 성인 급식용으로 선호됩니다. 100g은 어린이, 청소년 급식용은 물론 정식 메뉴용으로도 사용됩니다.
통살돈까스의 경우 한 장당 60~80g은 고기를 눌러 펼치는 강도가 적어 고기 식감이 좋습니다. 한 장당 크기가 클수록 고기를 많이 눌러 펼쳐야 하므로 식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형돈까스는 H몰드 등으로 형태를 찍어서 만드는 방식이므로 크기별 식감은 무관합니다.
냉동 돈까스를 고를 때는 돈까스끼리 붙어 있거나 포장지 내부에 얼음알갱이가 보이는 것은 유통/보관시 해동(Heat shock) 된 적이 있거나 냉동 보관온도가 지켜지지 않은 제품이므로 선택시 피해야 합니다.
공장 제조 돈까스의 맛은 크게 원료육의 품질, 빵가루의 풍미, 베터믹스와 조미소재의 맛에 의해 좌우됩니다. 먼저 원료육 품질이 좋아야 돈취나 웅취(수컷의 누린내)가 나지 않습니다. 국산 돈등심의 경우 품질이 상향평준화되어 있어 정상적인 규격돈을 사용하는 경우 품질 차이가 적습니다. 통살돈까스의 경우 쟁반에 물을 붓고 돈까스를 넣은 후 고기와 빵가루를 분리하여 고기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빵가루는 유지류 함량이 높고 이스트 냄새가 적은 것이 좋습니다. 빵가루 입자가 너무 작으면 튀긴 후 볼품없고 너무 크면 튀기는 과정에서 떨어지기 쉽습니다. 베터믹스는 제조 시 액상으로 고기에 도포되는 원료로 밀가루, 옥수수전분, 산도조절제, 글루텐, 설탕, 소금 등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베터믹스의 레시피에 따라 풍미가 달라집니다. 냉동 돈까스를 사용하는 업소는 소스를 전문 셰프처럼 맛있게 만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돈까스 자체에 어느 정도 조미와 간이 되어 있으면 소스 맛이 평범해도 전체적인 만족도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양파분말을 넣은 제품이거나 소금 간을 충분히 한 돈까스가 업소 입장에서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냉동돈까스는 해동하지 않고 바로 튀겨야 합니다. 전자레인지나 자연해동 등의 과정에서 균일하지 않게 해동될 수 있습니다. 자연해동의 경우 빵가루에서 이스트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린나이 업소용 튀김기 22리터 기준으로 볼 때, 적정한 튀김 온도는 175℃를 권장합니다(튀김기 브랜드에 따라 다를 수 있음). 일반적으로 170℃ 이하에서 튀길 경우 기름이 돈까스 속으로 스며들고 다시 배출되지 않아 컨디션이 저하됩니다. 180℃ 이상에서 튀길 경우 겉면만 빨리 타고 속이 충분히 익지 않습니다.
급속한 온도 저하를 막기 위해(한 장에 180g 기준으로) 한 번에 6~7장 이상 넣지 않아야 하며, 한번 튀길 때마다 반드시 뜰채로 빵가루를 건져내고 다음 돈까스를 넣어야 기름을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업소용 튀김기에서는 통상 2회 이내로 뒤집으면 되고 여러 번 뒤집지 않아도 됩니다. 가장 이상적인 튀김 시간은 돈까스가 떠오르고 1분 내외인 경우가 많은데, 돈까스를 썰어서 단면을 보았을 때 고기에 물기가 조금 있는 것이 좋습니다(약 95% 조리됨). 나머지 5%는 고객 테이블로 냈을 때 잔열로 익게 되고 그래야 촉촉한 식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고기가 두꺼운 돈까스를 튀겨야 하는 경우에는 70% 정도만 튀긴 후 건져내고 2분 이상 두었다가 30%를 튀기면 속까지 잘 익게 튀겨낼 수 있습니다(두꺼운 냉동돈까스는 전자렌지에 1~2분간 해동할 수도 있지만 고루 해동되지 않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튀겨낸 돈까스를 세로로 세워 기름을 충분히 빼면 더욱 담백해집니다.
개봉 후 남은 돈까스는 봉지를 밀폐하기 쉽지 않으므로 반드시 별도의 밀폐용기나 비닐에 보관해야 합니다. 밀폐하지 않고 보관할 때 남은 제품에 수분이 침투하여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피 분리 현상과 돈취의 원인이 됩니다. 업소용 냉동고는 -18℃로 설정해도 실제 온도는 더 높습니다. 가급적 소량을 자주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돈까스와 같이 원물의 형태를 크게 변형하지 않고 제품화되는 경우 분쇄육 등에 비해 제조물 하자의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따라서 하자가 발생했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일반적인 가공식품에 비해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모든 공장은 제조물 배상책임보험(PL)을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있기 때문에 절차에 의거 보상 또는 교환받을 수 있습니다.
- 피 분리 현상 : 튀기고 난 후 썰었을 때 고기와 튀김옷이 분리되는 현상입니다. 고기 보관 시 온도관리가 잘못되면 피 분리 현상이 생길 수 있으며, 대부분 원료육에 수분이 많거나 베터믹스가 지나치게 묽은 것이 원인입니다. 이 경우 제조물 하자로 볼 수 있습니다. 업소에서 해동후 튀길 경우에도 피 분리 현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냉동상태에서 조리해야 합니다.
- 튀기면 작아질 때 : 돈까스를 튀기면 어느 정도는 수축되지만, 지나치게 수축이 될 경우 원료육에 수분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원인입니다. 이 경우 피 분리 현상을 동반하기도 하고 내부에서 수분이 나와서 튀길 때 기름이 튀기도 합니다. 당연히 제조물 하자로 볼 수 있습니다.
- 고기 색상이 어두울 때 : 돈등심은 일반적으로 가열하면 밝은 색이 정상입니다. 간혹 핏물 제거가 완전히 되지 않거나 원료육의 신선도가 저하되어 조리 후 어두워지는 경우에는 제조물 하자로 볼 수 있습니다. 성형돈까스 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후지 부위는 어두운 색과 밝은 색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는 정상입니다.
- 가장자리가 빨리 탈 때 : 빵가루 도포 시 가장자리에 잘 묻어나지 않으면 조리 시 가장자리가 빨리 타는 경우가 생깁니다. 정상 온도로 조리했는데 내부가 익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자리가 탔다면 제조 시 빵가루 도포 공정 하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조리 전 제품 가장자리에 원료육이 보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냉동 돈까스로 내 업소만의 특별함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정보를 파악하여 제대로 선택하고 제대로 조리하는 기본기를 다지는 것은 중요합니다. 기본을 다하는 것 만으로도 경쟁력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다음 편에서는 돈까스 만큼 중요한 돈까스 소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도움주신 분들
김혜진(교열). 박홍관(내용감수). 자료협조(상신종합식품).
*왕소장 프로필
- 전 윈플러스(식자재왕) 식품연구소(상무이사).
- 식자재왕/왕도매식자재마트 브랜드 기획.
- 현 KOTRA 식품박람회 서울푸드어워즈 심사위원.
- 현 한국음식평론가협회 회원.
- 현 푸드비지니스 코칭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