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호주 멜번입니다 - 호주에서 한국인의 위상

by 마틴

이민을 와서 처음으로 정착한 지역이 **Box Hill(박스힐)**인데, 멜번 시티 중심가에서 기차(한국에서의 전철과 같음)로 약 25분 거리이다.

역에서 내리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오게 되는데, 1층에는 세이프웨이(현재의 울월스), 타깃(Target) 등 이마트와 같은 대형 매장이 두 곳이나 있고, 그 주변으로 의류점, 잡화점 외에 푸드코트(한국의 코엑스처럼 가장자리에서 음식을 팔고 손님들이 중앙에 마련된 식탁으로 가져가 먹는 곳), 야채 가게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역 밖으로 나가면 점포들이 단층(1층)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데, 그중 거의 대부분의 점포를 중국인들이 경영하고 있었다.
멜번 시티 중심가에는 대규모 차이나타운이 조성되어 있는데, 몇 번 가 보았지만 인천의 차이나타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박스힐 역시 ‘차이나타운’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중국인이 많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시티의 차이나타운은 중국 대륙 출신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고, 박스힐은 대만계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2004~2005년도 호주에 정착한 영주권 비자는 총 12만 명이었는데(학생·취업 임시 비자는 제외),
영국인 2만 6천 명, 중국인 1만 4천 명, 인도인 1만 2천 명,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5천 명이었고, 당시 한국인은 1천 8백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2024~2025년도 호주에 정착한 영주권 비자는 18만 5천 명으로 늘어났으며(학생·취업 임시 비자는 제외),
인도인 4만 8천 명, 중국인 2만 명, 필리핀인 1만 1천 명, 영국인 1만 명, 파키스탄인 9천 명 순이었고,
한국인은 숫자가 너무 적어 통계에 따로 나타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림2.jpeg

이곳 멜번은 우리가 과거 고등학교 시절 ‘백호주의’라며, 호주에 가면 백인들에게 멸시를 받을 것처럼 들었던 이야기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 16년 동안 트레인과 트램(한국의 옛 전차와 같음), 버스를 수십 차례 이용하며 살다 보니, 처음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이제는 한국에서의 일상과 다름없이 지내고 있다.
피부색이 전혀 다른 다민족(호주인 외에도 일본, 중국, 베트남, 그리스계, 아프리카계 등)과 함께 평범한 생활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유튜브에서는 간혹 차별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나와 우리 가족은 그런 경험이 전혀 없었다.
혹시 영어의 한계로 상대방의 말을 잘못 이해해 무시당했다고 느꼈던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그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일 아닐까.

그림3.jpeg

아침에 출근하려고 버스를 타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운전기사와 “굿모닝” 하고 인사를 나눈다.
버스에서 내릴 때는 기사를 바라보며 손을 들어 “땡큐” 하고 내리면, 기사도 함께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넨다(요즘에는 많이 줄었지만).
마켓에서 조금만 스쳐도 “아이엠 소리(I’m sorry)”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가고, 누가 먼저 시비를 걸거나 눈을 흘기며 바라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길을 물으면, 한국에서 우리가 외국인에게 유난히 친절하게 설명해 주듯, 이곳 사람들도 예전에는 멜웨이(Melway)라는 두꺼운 지도책을 펼쳐 놓고 아주 자세히 알려주곤 했다.

다만 문제는, 그 설명을 내가 잘 알아듣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작가의 이전글여기는 호주 멜번입니다 - 멜번에서 잡 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