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호주 멜번입니다-직원들의 잦은 이동과 의사소통

by 마틴

나는 한국에서 1981년 10월 손해보험회사에 입사해 1998년 1월 퇴사하기까지 16년 3개월 동안 업무직으로 근무했고, 이후 호주에 이민 오기 전까지 손해보험 보험 브로커로서 7년간 영업을 하였다. 약 23년 동안 두 번의 자리 이동을 한 셈이다.


그리고 호주에 와서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키친핸드로 9년 10개월, ANZ 은행에서 키친핸드로 8개월을 일했으며, 현재는 PFD(Processed Food Distributor)라는 음식 도매업체의 Fish Department에서 General Hand로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다.


내 성격상 한곳에 머무르면 좀처럼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하지 않는 편이라 그렇게 일해 왔는데, 이곳 호주에서 20년을 일하면서 수많은 매니저들과 직원들의 잦은 이동을 보며 동양과 서양의 잡 시스템(job system) 차이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회사원은 고정급여제로 매월 급여를 받지만, 호주에서는 회사원이라 하더라도 풀타임이나 캐주얼 모두 시간제 임금이 적용되어 급여를 매주 또는 2주에 한 번씩 받는다. 즉 시간제로 임금이 계산되다 보니 일이 자기 취향에 맞지 않거나 힘들다고 느끼거나, 상사와 트러블이 생기기라도 하면 수시로 일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내가 근무한 기간 동안에도 수많은 매니저급과 일반 직원들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했다.

한국에서는 2~3년만 근무하고 나가더라도 환송회를 해주거나, 퇴사할 때 작은 선물이라도 건네는 것이 일상적이지만, 이곳에서는 2~3년을 근무하고 나가더라도 서너 날 전에 그만둔다고 통보하고 퇴사 당일 직원들과 악수만 하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보다 더 짧은 기간이라면 언제 나갔는지도 모른 채 며칠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정이 없는 사회라 할까. 기계에서 나사 하나가 빠지면 즉시 다른 나사로 갈아 끼우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 들어온 사람의 이름조차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며칠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일도 흔하다. 이렇게 기계의 한 부속품처럼 일하다 보니 매니저는 직원들에게 주로 지시만 할 뿐, 직원들의 고충이나 의견 수렴에는 소귀에 경 읽기 식이다. 물론 업무 관련 사무직 직원들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image.png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외국에 이민을 가면 한국에서 대접받던 습관에서 즉시 깨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간 간부급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이곳에 와 영어도 능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에서의 습관대로 이곳의 일 스타일에 대해 고충이나 건의를 할 경우, 그들이 우리의 영어 발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잘 안 들린다”며 짜증을 부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분명 영어로 제대로 말했다고 생각했는데도 그들은 우리의 발음이나 억양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전에 영어를 잘하는 한 한국인 선생이 말하길, 영어를 잘하려면 그들이 쓰는 발음과 억양 몇 가지를 특별히 외워두고 수시로 익혀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은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십여 년 동안 이곳에 살았어도 말을 할 때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고, 심지어 짜증까지 낸다면 말하는 쪽에서도 미안함과 함께 괜히 성질이 날 수밖에 없다.

image.png

또 한 가지는 상대방의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유독 말이 거친 세컨 셰프가 있었는데, 그는 툭하면 아래 직원들에게 농담조로 “shut the fuck up”이라고 하곤 했다. ‘shut up’이라는 말은 알아들었지만 중간에 ‘fuck’을 넣어 말하길래 단순히 강조하는 표현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 직장이 바뀐 후, 어느 부서에서 한 여직원이 옆자리 직원과 자주 수다를 떨어 일에 신경이 쓰였는데, 어느 날 나에게 하찮은 일로 푸념을 늘어놓고 무시하는 말투를 쓰기에 순간 흥분해 나도 모르게 예전에 들은 습관대로 큰소리로 “shut the fuck up”이라고 말해버렸다. 그러자 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곧장 매니저에게 달려가 고자질을 했다.


잠시 후 매니저는 나를 그녀 앞에 세워두고 “그녀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보스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나는 억지로 사과를 해야 했다. 예전 직장에서 세컨 셰프가 직원들에게 늘 하던 말이 내 뇌리에 박혀 무심코 나온 말이었지만, 그것이 이렇게 큰 문제를 일으킬 줄은 미처 몰랐다.


image.png


작가의 이전글여기는 호주 멜번입니다 - 두 가지  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