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입을 닫았다.

사람들은 왜 서로에게 묻지 않을까

by 살랑살랑

이 글은 본인이 책을 읽다가 생각한 이상한 의식의 흐름을 기록한 것이다.


대부분 대화의 부재는 보통 말이 없어서 생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건 말을 못 해서가 아니라 묻지 않는 쪽이 더 편해졌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예시를 든다면, 오늘 누군가가 학원에 가지 않았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람은 집에 와서도 공부조차 하지않고 그저 잠들어있다.
이상하다고 느낄수도 있다, 오늘 무슨일이 있었나? 요즘 무리하나? 싶을수도 있다.
하지만 그다음에 나오는 말이
“오늘 무슨 일 있었어?”가 아니라
“너 어제 밤 늦게 게임했지?"라면
그건 대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대답을 기다리는 말이 아닌,

내 추측이 맞다고 인정하라는 요구라고 생각한다.


이 순간부터 상대는 선택지가 줄어든다. 설명하면 변명처럼 들릴 것이고, 가만히 있으면 의심은 확신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이 침묵은 무관심이나 반항이 아닌, 학습된 반응이다. 말해봤자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던 기억, 솔직해질수록 더 다쳤던 경험이 사람을 조용하게 만들어버린다. 이때문에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왜 말 안 했어?”

"말했으면 이렇게 될일도 없었잖아."


하지만 이 질문은 이미 늦을때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후회는 언제나 너무 늦었을때 몰려온다'라는 말을 아는가?

마치 그런것처럼 말할 수 있었던 순간은 이미 “왜 그랬어”가 아니라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로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이 침묵은 오해에서 시작해 확신으로 굳어진다. 누군가는 계속 설명하려다 지쳐 더이상 입을 열지 않고, 누군가는 질문을 할 여유가 없어 상황을 확정지어버려 결국 관계의 거리로 남아버린다.

사실 대화를 막는 건 김치로 뺨을 맞을정도로 큰 갈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한 문장과 묻지 않고 단정해버린 말 하나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화가 사라진 자리에는 항상 침묵만 남는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추측과 단정, 그리고 말하지 못한 이유들이 남는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말을 잃는것이 아닌 말을 꺼내도 소용없었던 순간들때문에 말을 할 이유를 잃는다. 이것이 이어진다면 어느 순간부터 묻지 않는 쪽도, 말하지 않는 쪽도 그 상태에 익숙해져 버린다. 대화가 끝난 게 아닌 시도할 이유가 사라졌을 뿐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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