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과감함, 무모함 오가는 외관을 자세히 살펴본 소감
최근 기아 신형 니로 하이브리드를 반나절에 걸쳐 짧고 굵게 시승했다. 시승기를 쓰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늘어졌고, 분량이 너무 길어져 버렸다.
그래서 신형 니로를 주제로 외관, 실내, 시승기 순으로 총 3편의 리뷰를 순서대로 작성하려 한다. 오늘은 첫 시간으로 신형 니로의 외관을 살펴봤다.
1세대 기아 니로는 장단점이 확실했다. 외관과 실내 디자인, 저렴하게 느껴지는 주행성능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을 빼면 두루 만족스러운 차였다. 적당한 크기에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췄고, 주유소를 자주 갈일 없는 뛰어난 효율성, 진입장벽 낮은 합리적인 가격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장점으로 평가받았다.
개발 과정에서부터 기아의 친환경차를 표방해 나온 만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EV(전기차) 순으로 출시됐고, 하이브리드와 EV가 중심 모델로 자리 잡았다. 풀모델체인지를 앞둔 경우 판매량이 곤두박질치는 게 보편적이지만, 1세대 니로는 2021년 기준 18,504대가 판매될 정도로 그 인기가 길고, 꾸준했다.
그런 니로가 출시 6년 만에 완전히 새로워졌다. 정식 명칭은 더 올 뉴 기아 니로. 편의상 신형 니로로 쓰겠다. 과감한 외관 변화와 한층 개방감 좋게 바뀐 실내, 시대적 흐름에 걸맞은 완성도와 상품성 개선 등이 광범위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주행성능 개선에 상당히 신경 썼다. 전기모터 의존도가 한층 높아졌고, 1세대 니로의 단점이었던 헐겁게 느껴지는 주행성능이 확실히 개선됐으며, 패들 시프트를 주행모드에 맞춰 능동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드는 등 만족스러운 점이 많았다.
그러나 좋아진 만큼 가격이 오르면서 1세대 니로의 장점인 가격 경쟁력은 완전히 사라졌다.
신형 니로의 전면부는 2019년 선보인 콘셉트카인 하바니로를 양산화에 맞추어 적당히 다듬어낸 모습이다. 2007년 콘셉트카 Kee를 통해 디자인 기아의 시작을 알렸던 호랑이 코(타이거 노즈) 그릴은 이제 전면부 전체로 영역을 넓혔고, 명칭도 호랑이 얼굴(타이거 페이스)로 변경됐다. 적어도 내수 판매되는 모든 기아는 이 패밀리룩을 따를 전망이다. 3세대 K5(DL3)가 첫 삽을 뜬 이래 순차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슬림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그 아래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에어 인테이크, 각을 중시한 LED 헤드램프와 심장박동 그래프에서 영감을 얻은 LED 주간주행등, 범퍼 하단부에 날렵하게 입체적으로 자리한 스키드 플레이트 등 시선을 끄는 디테일이 많다.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 에어 인테이크 상단과 하단을 실버 컬러로 보기 좋게 마무리했으며, 에어 인테이크 끝에 있는 직사각형 안개등은 쏘렌토에서 보던 것과 같다.
신형 니로의 측면부는 형상만 놓고 본다면 심플하고, 담백하며, 제법 친숙하게 느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신형 니로의 C필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상징적인 해치백, 폭스바겐 골프에서 보던 것과 같다. 기아에서는 이를 부메랑 형태라고 말하지만, 사실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편, 그레이, 블랙 등 칼라 가니쉬가 추가되는 엣지 팩은 아우디 R8에서 영감을 얻은 듯하다. 반면 C필러에서 뒷 유리로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적용된 에어 커튼은 기발한 발상이고, 친환경차 콘셉트에 맞는 혁신적인 디테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익숙함과 단조로움을 피하고자 가미된 몇몇 디테일이 너무 과격하다. 과감함과 무모함을 두고 외줄 타기 하는 느낌이다. 스포티하고 젊어진 건 맞지만, 마냥 반길 수 없는 노릇. 펜더 기준으로 앞뒤로 적용된 블랙 유광 휠 아치, 앞서 언급한 엣지 팩이 대표적인 예다.
그린하우스 상단에 적용된 크롬 라인도 겉도는 느낌. 1세대 니로는 도어 하단부에 크롬을 추가 적용해 통일감을 강조했지만, 신형 니로는 그린하우스 상단뿐. 차라리 전면부와 후면부에 적용된 실버 컬러 마감을 더했다면 훨씬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크기도 전반적으로 더 커졌다. 신형 니로의 제원은 전장, 전폭, 전고, 휠베이스 순으로 4,420mm, 1,825mm, 1,545mm, 2,720mm다. 전고를 뺀 모든 부분이 커졌다. 참고로, 1세대 니로에 비해 전장은 65mm, 전폭과 휠베이스는 20mm 더 늘었다.
친환경차 성격에 맞게 휠은 16인치 휠이 기본, 18인치 휠이 옵션이다. 두 휠 모두 디자인은 비슷하며,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설계가 적용됐다. 루프랙은 블랙 휠 아치, 도어 가니쉬 색상에 맞춰 블랙으로 마감됐다. 1세대 니로는 실버 컬러로 마감됐었다.
외장 색상은 총 7가지로 구성되며, 구형 대비 하나 더 늘었다. 스노우 화이트 펄, 스틸 그레이, 인터스텔라 그레이, 오로라 블랙 펄 무채색 계열은 같고, 런웨이 레드와 미네랄 블루, 시티스케이프 그린이 추가됐다. C필러 칼라 가니쉬는 총 3가지(스틸 그레이, 인터스텔라 그레이, 오로라 블랙 펄)만 적용된다.
한편, 시승차에 적용된 신형 니로 데뷔 컬러인 시티스케이프 그린은 평상시에는 청자 같지만, 햇빛이 비칠 때 한층 도드라지는 특성을 보인다. 존재감도 있고, 무엇보다 가벼워 보이지 않아 좋았다. 신형 니로를 산다면 이 색상을 강력 추천!
보통 전면부와 측면부에 힘을 잔뜩 준 경우에 후면부에는 힘을 빼지만, 신형 니로는 그렇지 않다. 신선하면서도 과감한 디테일이 적용된 모습이다.
부메랑을 떠올리게 하는 LED 리어램프는 수직 형태로 아주 길게 적용됐다. LED 그래픽 역시 부메랑 형태로 마무리했다. 오래전부터 수직형 램프 디자인을 적용했던 캐딜락을 떠올리게 만드는 디테일. 그 위에는 한층 꼬리를 쭉 뺀 형태의 리어 스포일러가 적용됐으며, 그 아래 LED 보조제동등이 기다랗게 자리 잡고 있다.
LED 램프가 쭉 이어진 형태는 확실히 부분적으로 끊어진 것처럼 보이는 디자인보다 보기 좋고, 정돈됐다는 느낌을 준다. LED 그래픽만 놓고 보면 K5보다 훨씬 보기 좋단 소리다. 다만 LED 리어램프, LED 보조제동등, LED 후진등, LED 방향지시등의 광량이 한눈에 봐도 엄청 밝다. 뒤에 따라가다 보면 가끔 울컥하게 될 듯.
반면 해치 게이트는 특별한 기교를 부리진 않았다. 번호판이 부착되는 위치 주위에는 사다리꼴을 본뜻 형태로 마무리했으며, 그 위에 새로운 기아 엠블럼을 적용했다. 좌측 하단에 새로운 폰트의 니로 엠블럼을 부착하고, 우측 하단에 하이브리드를 나타내는 HEV 엠블럼을 부착했다. 모두 K8에 적용됐었던 디테일이다.
특히 범퍼와 스키드 플레이트는 직선과 굵직한 디테일을 강조했으며, 펜더 기점으로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말리게끔 디자인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구형 후면부를 보면서 느꼈던 둔하거나 펑퍼짐한 느낌을 완전히 없앨 수 있었고, 전체적으로 넓어 보이면서도 한층 날렵해보인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변화다.
지금까지 신형 니로 외관에 대해 살펴봤다. 신형 니로 하이브리드 리뷰는 실내 편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