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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 Aug 08. 2023

회사 생활 6개월 후 깨달은 것

정규직 전환과 회사 생활의 단상들

회사를 다닌 지 벌써 6개월이 흘렀다.


회사 탈출의 염원을 모아 분노와 불만이 가득한 글을 올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글을 올린 후로 두 달이 조금 넘게 지났다. 그래서 오늘은 많은 것이 바뀐 것 같으면서도 여느 때와 같은 고민을 하며 지내는 나의 근황을 글로써 전하고자 한다.



1. 정규직 전환



나도 내가 그동안 비정규직인 줄 모르고 살았다. 정규직처럼 일을 엄청나게 해댔으니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들도 내 정규직 전환 소식을 그리 놀라워하진 않았다. 처음부터 그냥 사원 같았다고(...) 한다. 사실상 사원이 할 일도 아닌 대리급 정도가 해야 할 일들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 역시 내 정규직 전환 소식이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또한 마냥 기쁘지만도 않았고, 오히려 내심 전환이 되지 않길 바랐던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변수는 없었고 나는 정규직이 되었다.


정규직이 된 후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그냥 평소처럼 일을 하며 시간을 때우는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2. 돈미새

* 돈에 미친 XX



일을 본격적으로 해본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돈 한 두 푼 벌기가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노동의 가치보다는 그 대가로 따라오는 금전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월급쟁이로 사는 것이 가장 편한 길이라고는 하지만, 편한 만큼 고민도 많이 따르는 것 같다. 특히 최근 비교적 만족스럽지 못한 연봉에 대한 불안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지금 월급만으로는 수도권에 집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오, 전세금을 버는 것조차 버거울 것이다. 여자치고 늦은 나이에 직장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수중에 모아 둔 돈은 있을 리 만무하다. 내 나이 29살, 내가 결혼하고자 마음먹은 나이 32살, 3년 동안 모아봤자 얼마나 모으겠나 싶어 불안한 마음에 무지출 챌린지며, 주식이며, 재테크, 부업 닥치는 대로 알아보고 있다.


물론 주식해 봤자 벌써 마이너스 수익률이나 보고 있는 상황이고, 무지출이 뭐냐- 기분 내킬 때 술이나 마시고, 부업은 죽어라 찾아만 보다가 귀찮아서 포기하기 일쑤였다. 내일 배움 카드로 재직자 코스나 들어볼까 하다가도 강의를 찾는 과정에서부터 지쳐버리곤 한다. 


결과적으로 그냥 돈에만 미쳐있고 손에 쥐는 건 없는 상황(...)이지만 아마도 조금씩 타개해 나갈 예정이다.




3. 경제적 독립 = 불가능



2번과 맥락이 비슷하지만,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단 문과를 온 것부터 나는 글렀다. 문과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적성이 문과에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문이과를 떠나 직장인 적성이 아닐지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마는-) 


내 월급이 쥐꼬리 월급이라고 말해도 이것보다 못 버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당장 서울에 내 한 몸 뉘일 곳을 찾는 것조차 부모의 도움 없이는 어렵다. 모은 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금씩 돈을 모아간다고 해서 이것이 나아질 것 같지가 않은 두려움에 막막함이 더욱 늘어났다. 




4. 적당히 적응하는 법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임했던 일의 잘못된 결과에 절망했고, 이다음엔 열정이 없어진 내 모습에 실망했고, 그다음에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회사생활에 체념했다. 그 후로 '더 이상 이곳에 희망은 없다! 도태된 이곳을 떠나야 다시 열정 있는 나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 탈주만을 생각하며 버텼다.


하지만 이전에 내가 열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을 내포하고 있는 위 명제는 환상일 뿐이었고, 반대로 열정 없는 나 자신을 받아들이니 오히려 회사생활이 조금 편해졌다. 윗사람에게 크게 대들지 않고, 내 의지가 들어가 있지 않은 상태로 사니 -발전은 없겠지마는-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었다.


이것도 적응의 일부라 생각하며, 도태되는 조직에 도태되고 있는 자신이지만, 배울 것은 배워가자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 너무 많이 노력하다가 실망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조금 힘을 빼고 여유로운 시기를 조금 즐기기로 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인생 경험이다.



5.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일단 내 의지를 다 잡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인 것은 확실하다. 


부업한다고 설치면서 일러스트와 코딩(파이썬), 블로그와 소설 쓰기, 코바늘, 스마트 스토어 이것저것 간만 보고 다닌 지 3개월. 간만 봐서 그런 것이겠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그중 제일 어려운 것은 내 의지를 잡는 일이었고, 의지를 다 잡지 못한 이유는 내가 게을러서이기도 하지만, 그 일이 생각했던 것과 달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뭐가 됐든, 해보지 않고서 쉬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망상이다. 쉽게 도전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일에는 경중이 없으며 일 나름대로 각자의 힘듦이 있기 마련이니,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해 보기 전까지는 자만하지 말자는 취지의 의미다. 


나 역시 뭣도 모르고 후비적 달려가 살짝 찌르고 빠지는 깔짝거리는 도전을 많이 했는데, 그냥 하던 거나 잘 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매듭지어졌다. 인정하기 싫지만 아직은 회사 일에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 비교는 끝이 없다. 비교를 하는 순간 불행은 내게로 발걸음을 돌린다.



나는 "비교"를 주제로 글을 쓰자면 밤새 몇 편의 글로도 타이핑을 할 수 있을 만큼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타고나길 바꾸지 못하는 내 특성이나 환경을 포함해 내 손으로 한 선택에 따른 결과까지, 나는 평생을 비교와 열등감으로 살아왔다. 


누가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하면 정작 내 돈을 잃은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배가 아팠다. 


여기저기 잘되는 사람 소식만 들으면 배가 아파서 한동안 입맛이 없기도 했다. 상대적 우월감과 박탈감이 모습을 바꿔가며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위에는 항상 위가 있고 아래에는 항상 아래가 있다. 비교하자면 끝이 없다는 말이다. 인생은 원래 불공평하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비교로 인한 고통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진다.


나도 비교가 디폴트라, 남들 잘되는 꼴 보기 싫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노력 중이다. 사회적 분위기나 부모님의 말씀, 주변 사람들의 말을 잘 걸러서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곤 한다. 비교의 끝은 언제나 불행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가짐 하나로 지옥을 천국으로 바꿀 수 있다니 얼마나 자비로운가? 누군가는 정신 승리라고 비웃겠지만 어쩌겠나. 나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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