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또한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우리 회사에 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시즌이 시즌인 만큼 평소 회사에 불만을 품고 있던 젊고 유능한 인력이 조직으로부터 꾸물꾸물 빠져나가려 시도하는 모습이 꽤 많이 보이는 요즘이다. 나 역시 아직도 이 회사와 상사를 버티고 있는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신기한 한편, 이 회사를 떠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비참하게 느껴지는 와중이다.
퇴사와 이직을 꿈꾸며 나의 미래에 대해서 곱씹을수록 돌아오는 답은 결국 나는 이직이 아닌 퇴사가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풀어쓸 생각이다. 오늘 글의 주제는 아무래도 "이직 바람"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직 또는 퇴사 인력이 나와 전혀 상관없는 부서에서 발생하면 타격이 덜하다. 하지만, 만약 같은 팀 내 동료가 그러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그때의 심정은 상당히 참담하다.
친한 동료인 만큼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함께 빌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 팀원이 나가면 남은 자들에게 추가될 담당업무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지옥 같은 조직에서 너만 나가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원망하는 마음의 소리도 막을 새 없이 터져 나왔다. 겉으로는 아닌 척했지만, 나는 지금 상당히 불안한 상태이다. 하반기까지만 나와 함께 해줬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자꾸 툭툭 튀어나온다.
어른스럽게 보내주고, 나도 어른스럽게 내 앞가림을 해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나는 이직에 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이 아닌지라 주변 사람들이 떠난다고 해서 나도 함께 떠나겠다고 나설 만큼 열정적인 상태는 아니다. 근데 또 혼자 남겨져 말도 안 통하는 상사와 고군분투할 생각을 하니 벌써 눈앞이 뿌연 느낌이다. 내 앞을 가리는 이 뿌연 것의 정체는 내 흐릿한 미래일 수도, 아니면 실체가 있는 눈물방울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나는 혼자 남겨질 두려움에 못 이겨 이직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열정 없는 이직 준비라니, 아무래도 끝이 보이는 시작이다.
게다가 이직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상태라 영어 성적이 만료되어 서류는 1개밖에 쓰지 못했다. 그 와중에 같은 회사 다른 팀 친구의 이직 성공 소식을 접한 것이 바로 오늘. 참으로 축하할 일인데 한 편으로는 심장이 찌릿찌릿한 양가감정을 느끼는 스스로에게 실망을 하기도, 그 와중에 실망한 마음을 친구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또 실망하고, 그러다 '너도 할 수 있잖아' 하고 자가 동기부여를 하다가 어찌할 줄 모르고 어쨌든 심각한 심리적 타격을 입은 채 퇴근을 했다.
용기 있는 자들이 이 조직을 떠나고 있다.
나는 아직 제대로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내 역할, 역량, 쓰임에 대해서 아직 확신이 없다.
일을 하라면 할 수 있지만 그 일이 하기 싫은 것이 현재로서는 나의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이럴 때에는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것이 답일지, 아직 모르겠다.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라 너무 두렵고, 무섭고 화가 난다.
이직에 얼렁뚱땅 성공하면 이 두려움, 무서움, 화가 사그라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