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잔 Mar 26. 2024

회사에 이직바람이 불고 있다.

그것은 또한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우리 회사에 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시즌이 시즌인 만큼 평소 회사에 불만을 품고 있던 젊고 유능한 인력이 조직으로부터 꾸물꾸물 빠져나가려 시도하는 모습이 꽤 많이 보이는 요즘이다. 나 역시 아직도 이 회사와 상사를 버티고 있는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신기한 한편, 이 회사를 떠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비참하게 느껴지는 와중이다.


퇴사와 이직을 꿈꾸며 나의 미래에 대해서 곱씹을수록 돌아오는 답은 결국 나는 이직이 아닌 퇴사가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풀어쓸 생각이다. 오늘 글의 주제는 아무래도 "이직 바람"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핀터레스트


이직 또는 퇴사 인력이 나와 전혀 상관없는 부서에서 발생하면 타격이 덜하다. 하지만, 만약 같은 팀 내 동료가 그러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그때의 심정은 상당히 참담하다.


친한 동료인 만큼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함께 빌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 팀원이 나가면 남은 자들에게 추가될 담당업무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지옥 같은 조직에서 너만 나가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원망하는 마음의 소리도 막을 새 없이 터져 나왔다. 겉으로는 아닌 척했지만, 나는 지금 상당히 불안한 상태이다. 하반기까지만 나와 함께 해줬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자꾸 툭툭 튀어나온다. 



어른스럽게 보내주고, 나도 어른스럽게 내 앞가림을 해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나는 이직에 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이 아닌지라 주변 사람들이 떠난다고 해서 나도 함께 떠나겠다고 나설 만큼 열정적인 상태는 아니다. 근데 또 혼자 남겨져 말도 안 통하는 상사와 고군분투할 생각을 하니 벌써 눈앞이 뿌연 느낌이다. 내 앞을 가리는 이 뿌연 것의 정체는 내 흐릿한 미래일 수도, 아니면 실체가 있는 눈물방울일 수도 있다.


출처: 핀터레스트


결과적으로 나는 혼자 남겨질 두려움에 못 이겨 이직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열정 없는 이직 준비라니, 아무래도 끝이 보이는 시작이다.


게다가 이직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상태라 영어 성적이 만료되어 서류는 1개밖에 쓰지 못했다. 그 와중에 같은 회사 다른 팀 친구의 이직 성공 소식을 접한 것이 바로 오늘. 참으로 축하할 일인데 한 편으로는 심장이 찌릿찌릿한 양가감정을 느끼는 스스로에게 실망을 하기도, 그 와중에 실망한 마음을 친구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또 실망하고, 그러다 '너도 할 수 있잖아' 하고 자가 동기부여를 하다가 어찌할 줄 모르고 어쨌든 심각한 심리적 타격을 입은 채 퇴근을 했다.


용기 있는 자들이 이 조직을 떠나고 있다. 



출처: 핀터레스트


나는 아직 제대로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내 역할, 역량, 쓰임에 대해서 아직 확신이 없다.


일을 하라면 할 수 있지만 그 일이 하기 싫은 것이 현재로서는 나의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이럴 때에는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것이 답일지, 아직 모르겠다.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라 너무 두렵고, 무섭고 화가 난다.

이직에 얼렁뚱땅 성공하면 이 두려움, 무서움, 화가 사그라들까!





작가의 이전글 그래도 회사는 다녀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