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지?
나는 이 회사에 내 힘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지인 추천 채용으로 들어온 케이스이다. 그래서 막 회사에 들어와서 힘든 일이 들이닥칠 때도 친구의 얼굴을 봐서 도망치는 일은 절대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온 지 1년 조금 넘은 시점에 친구가 이직에 성공을 하게 되었다.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그 친구가 떠난다는 말을 들으니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기분이 참 묘했다.
'저 친구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자기 힘으로 뭔가를 이뤄 나가는구나'
갑자기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도망칠 궁리만 하고, 흥미가 떨어지면 금방 포기하는 내가 항상 갈증을 느끼던 이유는 내 힘으로 뭔가를 이뤄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 순간 깨달았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대학교 입시 때는 일생에 다신 없을 열정을 쏟아부어 인서울이라는 결과를 얻어냈지만 그 이후부터는 차츰차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나였다.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가 원하던 것과 내가 원하던 것 사이의 어떤 괴리감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 일은 언제나 따로 있었다. 그러나 나는 부모님 눈치를 보고, 스스로도 사회적 체면을 살린답시고 원하는 것을 해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이긴 하지만 돈을 잘 못 버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무턱대고 하기에는 내 학력이 아까우니까, 이게 맞나 싶은 고민에 붙였던 이런저런 핑계는 내 나이 30까지도 발목을 잡았다.
한편으로는 적성과 흥미의 괴리를 느낀 것도 한 몫했다. 전문가 위에 또 많은 전문가들이 있을 것인데, 전공하지도 않은 분야에 내가 후발주자로 뛰어들어가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일도 없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쫒지 못한 것이 아니라 쫒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누군가 보다 못하고 열등한 것에 신경을 많이 쓰며 살았기에 더욱 내가 알지 못하지만 흥미가 있는 미지의 영역으로 전진하지 못한 것도 있다.
지금도,
여전히 갈팡질팡 하면서 내 길을 못 찾고 있다.
뉴스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취업난 소식에 더럽고 치사해도 바깥세상에 아무것도 없이 나앉는 것이 겁이 나 이 회사에 꼭 붙어있다.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 답답한 마음에 풀어쓰는 이런 글들이 그나마 내 삶의 몇 안 되는 낙이다. 고민조차 없었다면 더욱 금상첨화일 것이다.
여러모로 고민과 우울감이 공존하는 시기다.
꿈과 이상의 괴리는 생각보다 더 크게 내 마음을 갉아먹는 것 같다.
나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가장 중요하면서 정작 나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시선과 의견에 더 귀를 기울여왔다. 그것은 지금도 그렇다. 사회적으로 내 주관을 뚜렷이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그 속에서 뭔가를 이루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나
비교하지 않으려 노력해도 피부로 느껴지는 박탈감.
나는 뭘까.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