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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Jul 17. 2024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 날

불안할 때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 날.


 뭔가 쫓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게 불안한 걸 거다. 내 마음이 불안해도 일상의 일들은 이어져야 한다. 직장의 업무는 정해진 과정대로 처리되어야 하고, 수업도 맞춰진 시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약속된 시간에 정해진 일정들은 그대로 실행되어야 한다. 


 나의 상태를 알아주지 않는 이 세상의 흐름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시간은 나를, 나의 상태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시간은 참 매정하다. 바쁠 때는 조금 느리게 가 주면 안 될까. 위급한 상황에서는 1분 정도 기다려주면 안 되는 것일까. 


 어제 비트코인으로 억 단위 돈을 벌어서 건물주가 된 사람 이야기를 들었다. 직장 동료의 친구 이야기였다. 남의 친구 이야기인데, 왜 내가 속이 쓰릴까.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비트코인을 사라고 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때 비트코인을 사 두었더라면 지금 이 고생을 안 하고 있을까. 


 한동안 그 생각이 내 마음을 괴롭혔다. 진정되지가 않았다. 나는 왜 이렇게 잘못 선택한 일이 많을까. 내 마음을 달래고자 찾아낸 방법은 바로 이거였다. 그때의 나는 그 돈을 담을 만한 그릇이 아니었던 거다. 각자 맡은 돈의 그릇이 크기가 다른데, 내 그릇은 그때 그리 크지 않았던 거다. 지금은 얼마나 커졌을지 모르겠지만, 딱 그 정도로만 담을 수 있는 거다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내가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는 것. 그게 핵심이다. 나의 실수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때 나는 딱 그 정도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어찌 보면 운명론자 같지만, 그게 사실이지 않은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고민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이 모든 고생스러운 일은, 고생스럽다 생각하면 고생스럽고, 즐겁다 생각하면 즐거운 일이다. 


 생각해 보자. 나에게 갑자기 수억의 돈이 생겨서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사고 세계여행을 다닌다면? 와, 너무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사춘기와 막내의 기침과 남편의 우울증도 함께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남편은 좀 나을 수도 있겠다. 


 만약 생계 걱정 없이 산다면 내가 과연 슬로리딩 수업을 고민하며, 청소년들을 이롭게 불행한 가정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계속해서 가질까. 뭐든 더 나은 것을 찾으려고 고민하는 동기는 결핍에서 시작된다. 불행한 가정을 겪었기에 행복한 가정을 향한 열망이 생기고, 불우한 청소년 시기를 보냈기에 청소년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안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에겐 결핍이 원동력이고 동기이고 삶의 보람을 찾게 해 주는 중요한 시작이다. 지금 내 마음이 불안한 것은 어떤 원인이 있을 거다. 그래서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해결하다 보면 또 중요한 것을 깨달을 것이고, 그 깨달음으로 나는 한 뼘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결핍은, 고통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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