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의 앞부분을 읽고

속이 시원하다.

by 글향기

시작이 마음에 들었다. 유전자는 이기적이라는 내용이.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믿는 믿음과 도덕적 이상을 현실에서 발견하고자 한다. 사회 범죄로 도배된 신문 기사들 속에 미담 한 조각을 발견하면 그게 빛나 보이듯이 이 세상에 따뜻함이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 어쩌면 과학적 이상이라는 건 사실 도덕적 이상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신앙이 있는 내가 하나님의 존재를 자연과 과학 속에서 발견하고 싶은 것과도 비슷한 것일 거다.


하지만 저자는 그 기대를 무참히 깨뜨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거대한 자연 속의 각각의 생물들은 유전자 자체가 이기적이라고. 겉으로는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조차 그 실상은 이기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얼마나 통쾌한지.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다. 사람이니까. 생물이니까. 지극히 이기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으니까 말이다. 날마다 상처받고 울부짖고 나를 괴롭혔던(그것도 한때다) 남편에게는 도무지 이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대체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그 앞에서 사람은 다 이기적이야. 당신도 그렇고.라고 말하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일 거다.


하지만 난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불이 조금 꺼진 때에 말하긴 했지만. 얼마나 답답한지. 사람은 다 그래. 다 못돼 처먹었다고! 기대라는 걸 하지 말고 상처도 그만 받으라고 큰 소리로 외쳐 주고 싶었다. 그리고 외치기도 했다.


나도 이기적이다. 그래서 이기적인 동기로 이타적인 겉모습을 꾸몄다. 너무 완벽한 가면을 써서 그런지 홀로 있을 때는 마음이 힘들었다. 괴리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안과 밖을 어느 정도 조화롭게 맞추어야 덜 힘들 텐데. 알면서도 그게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씩 노력하는 중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매번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겠는가. 이기적인 마음이 잔뜩 있어도 참고 조화를 이루며 사는 거지. 그걸 거짓말이라고 몰아붙이면 안 되는 것 아닐까.


맞다. 나는 거짓말쟁이고, 나는 그 사실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거짓말쟁이 아니던가. 나를 포함해서. 그냥 이 거짓말이 조금 덜 힘들어지길 바랄 뿐이다. 나이가 들고 성숙해 가면서 이타적인 마음도 좀 생겼으면 좋겠고.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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