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서범 서태지
힙합 1세대의 성장을 보아온
아빠는 킥보드 1세대
킥보드가 새로운 놀이 문화로 언론에 소개될 때 아빠도 열광했었지. 보드를 타기엔 몸뚱이가 말을 듣질 않고 손잡이도 있겠다 이동 수단도 되겠다 싶어 부모님께 사달라 졸랐지. 당시 19만 8천 원 정도의 가격이었는데 그때는 온라인 쇼핑 개념이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터치 몇 번에 집으로 쓱 배송되는 형태는 꿈도 못 꾸던 시절이라 직접 매장에 가서 구입했지.
아빠의 부모님께서는 자식 잘되라고 강남으로 이사를 하셨고, 아빠가 살던 동네 인근 코엑스몰에는 킥보드가 진열되어 있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엑스몰에 킥보드 이용이 제한된다는 표지판이 하나둘씩 생겨났어. 대리석 바닥은 아스팔트 도로에 비해 진동도 거의 없고 잘 굴러가거든. 인도의 보도 블록은 헬스장 진동벨트처럼 목소리마저 덜덜 떨게 만들어. 그만큼 살아온 환경이 중요하단다. 대리석에서 킥보드를 타본 친구들은 환경이 인생의 승차감을 지배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 거야.
기다리던 킥보드가 도착했다.
지금은 킥보드가 아이들의 놀이기구이자 도심의 이동 수단이 되어 진화를 거듭했지만 처음 한국에 소개될 무렵에는 스케이트 보드처럼 젊은 세대의 문화 향유 도구로 위치해 있었어. 아빠도 천호동에서 성수동까지 타고 다니면서 1~2년은 잘 가지고 논듯해. 20대가 되어서도 타고 다니겠다던 부모님과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아직도 그 비싼 물건을 사주셨던 부모님이 항상 고맙게 느껴져.
오니는 뭐든 분해해 보고 싶어한다.
아빠 역시 너희들에게 킥보드 사준다며 투잡을 뛰고 있었는데 결국 킥보드는 둘째 고모가 사주셨네. 엄마는 아이들이 1부터 20까지 틀리지 않고 말하면 사주겠다 했는데 무언가를 이루어내지 않고도 킥보드를 사주신 둘째 누나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껴.
바퀴가 회전할때 불빛도 나와
어린이용 킥보드라 평생 타고 다니지 않아도 돼. 좋아하는 장난감도 평생 좋아하지 않아도 되고, 한 사람만 평생 좋아하지 않아도 돼. 그냥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방향대로 삶을 살다 보면 얼굴에 시원한 바람이 맞닿아 있거나 지금보다 더 성장한 모습으로 새로운 곳에 닿아있겠지. 그곳은 아빠도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라 혹여 아빠보다 더 멀리 갈 수 있거든 아빠도 구경시켜주렴.
킥보드가 넘어지면서 날카로운 부분에 살이 닿았다.
엄마는 너희들에게 예의와 도덕을 가르치지만 아빠는 너희들에게 생각의 깊이와 자유를 주고 싶단다. 엄마가 없는 곳에서는 아빠에게 굳이 존댓말 하지 않아도 돼. 아빤 너희들이 모셔야 할 상사는 아니니까. 그냥 같이 살고 있는 가족이야. 앞으로 필요한 거 있음 말해. 아빠의 방식은 고모처럼 온라인 방식이 아니라서 오래 걸리겠지만 최대한 해주려고 노력할게. 더 큰 빌리, 크리스(불도저, 포클레인)가 필요하다 했지? 우리 내년에 사러 가자! 네 번째 추억이 우릴 기다리고 있어.
준비됐어?
신나게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