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쳐있었다. 스스로를 일반적이지 않은 범주라 여겼다. 아내는 10대 시절의 나를 알고 있었다. 나는 알고 지낸다는 것의 기준을 1년에 한 번 이상 연락할 수 있는 사이라 여겼다. 물론 서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 2년이나 3년에 한 번 안부를 물을 수 있다. 아내는 30대 결혼적령기가 되어서 나에게 안부를 물었다. 몇 년만이었을까? 다섯 손가락으로는 누를 수 없는 시간이었다.
아내는 나에게 메신저로 사소한 질문을 했다. 페이스북 메신저 팝업 버튼을 어떻게 삭제시키는지를 말이다. 팝업 아이콘을 드레그 하면 X버튼이 생성되는데 팝업 버튼을 짧게 누르면 메신저 창이 활성화 된다. 해당 버튼을 길게 눌러야 아이콘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10대 때 아내와 너무 짧게 만났을까? 인연을 삭제시키기 위해 결혼 버튼을 길게 눌러보았다. 하필 아내에게는 나와의 결혼 생활이 발작버튼이었다.
아내는 결혼 후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산후 우울증이 오기도 전에 남편과 사이가 틀어졌다. 출산 후 골반이 틀어졌는데 남편은 집안일을 강요했다. 남편은 남편대로 불만이 많았다. 매일 집에 오면 집 안의 시간은 멈춰있었다. 아침과 다르지 않은 집 상태, 어제 먹다 남은 음식이 쌓여있는 싱크볼, 바닥엔 강아지 털이 수북히 쌓여있었고 남편은 불만이 쌓였다. 축의금으로 들어온 수 백 만원이 반 년만에 메신저 아이콘처럼 사라졌다. 신용카드 회사에서 드레그했을까? 외벌이로는 감당이 안됐다. 아내는 공무원 시험 준비로 허송세월을 보냈다. 게임 아이템을 판매하는 부업을 하겠다며 밤새 온라인 게임을 하는 아내가 남편은 이해되지 않았다. 이 무렵 이혼 이야기가 오고 갔다. 상황을 전혀 모르시는 양가 부모님께서는 극구 만류하셨다. 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설치 삭제했다. 아내는 설치만 가능한 래칫처럼 삭제할 수 없는 인연이었다.
버튼을 누르고 과자가 나오길 기다리는 아들의 표정을 보는 게 좋다. 나는 대통령처럼 자녀 양육의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