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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군지 잊지 마!

영화 <라이온 킹(4D)>

by 서순오

가끔은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거나 외식을 하거나 여행을 하다 보면, 늘 울 남편이 하는 말이 있다.


'이렇게 사는 것도 꽤 여유 있는 삶'이라고, '일평생 온 가족이 영화 한 번 못 보고, 외식 한 번 못 하고, 여행 한 번 못 하고 사는 가족도 많다'라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울 아들이 예매해 놓은 표 <라이온 킹(4D)> 영화 상영관과 좌석번호를 확인하고 영화관으로 들어간다.


울 아들은 영화관 올 때마다 팝콘, 버터구이 오징어, 음료(콜라와 레몬 에이드)를 사곤 해서 이번에도 사고, 푸짐하게 들고 들어간다. 배가 불러서 어떻게 먹을까 싶지만 영화를 보면서 아들 손, 아빠 손, 엄마 손이 한두 번 팝콘통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니까 어느새 빈 통이 된다. 울 딸은 주전부리를 안 한다.


<라이온 킹> 영화는 아버지 무파샤가 늙어 어린 아들 심바에게 라이언 세계의 왕위를 물려주려고 한다. 빛이 닿는 모든 지역을 다스리라고 한다. 그러나 하이에나들이 사는 그림자 지역은 위험하니까 가지 말라고 한다. 아직 아들 심바가 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은 벌어진다. 순탄하게 왕위가 물려지고 라이언 세계에 평화가 찾아온다면 이야기가 더 이상 전개되지 않을 것이다.


심바는 호기심 때문에 하이에나들이 사는 그림자 지역을 탐색하러 가고, 위기가 닥친다. 삼촌 스카와 하이에나들이 한통속이 되어 심바를 죽이려고 한다. 아버지 무파샤가 아들 심바를 구하고 절벽을 타고 오르는데,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삼촌 스카가 밀어버려서 급기야 아버지 무파샤가 죽고 만다.


자신을 구하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심바는 멀리 떠나고, 라이언의 세계는 스카의 손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러나, 심바는 기억한다. '네가 누인지 잊지 말라'는 아버지 무파샤의 음성을 듣는다. '하늘의 별들은 선왕들의 영혼인데, 너를 지켜준다'는 아버지의 말을 기억한다.


심바는 어느새 자라 용감하고 듬직한 왕이 될 만한 사자로 성장한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잊힌 듯 잊은 듯싶지만, 심바가 왕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심바가 왕의 자격을 갖추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왕위를 찬탈하고 비정상적인 세계를 만들고 있는 삼촌 스카와 하이에나들을 모두 물리치고 라이언 세계의 왕은 그렇게 탄생한다. 어렸을 적부터 친구였던 여자 친구 날라(심바가 왕이 되면서 날라는 왕비가 된다)와 고립 속에 있을 때 함께 했던 품바와 티몬도 심바를 돕는다.


스토리가 감동적이다. OST도 좋다.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누구인지. 목표점을 향해 갈 때 위기는 항상 찾아온다. 그러나 때가 온다. 실력을 키우고 용감해진다면 내게 주어진 사명을 이룰 때가 온다.


그런데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본 영화 <라이온 킹(4D)>은 기대한 만큼 입체영화의 스릴과 생동감을 충분히 안겨 주지는 못한다. 의자만 덜렁덜렁 움직일 뿐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보는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보았던 애니메이션 영화가 더 좋았다고 느낀다. 실사를 한다고 컴퓨터로 작업해서 만들었다는데, 애니메이션이 주는 만큼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처럼 자주 영화를 보는 사람은 그렇다 치고, 우리 가족은 모두 좋다고 한다. 그러면 된다. 그러면 3:1로 '좋아요'를 날릴 수가 있겠다.

- 영화 <라이온 킹(4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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