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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Dec 27. 2022

둘이 하나가 되어 흐르는 두물머리

하남 검단산

신산(※)에서 평창 청태산을 가려고 예약했는데 신청자가 적어 취소되었다. 전에는 15명 이상이면 출발을 해서 17명 입금했기에 안심하고 있었더니 이제는 20명 이상이라야 출발한단다.


난 추운 게 싫어서 겨울에는 따뜻한 남쪽으로 산행을 가는데, 요즘은 남쪽도 눈이 많이 내려서 대설경보에 추위도 바람도 엄청나단다.


나는 최소 1주1산은 타야 해서 할수없이 자주 함산하는 희망봉 대장님에게 톡으로 물어보니 내가 한 번도 안 가본 산을 가잔다. 그래서 나홀로 주일 오후에라도 가보려고 했던 하남 검단산을 가자고 했다.


날씨가 추운 만큼 상고대 눈꽃을 보며 걸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송이송이 피워낸 겨울 나무들의 축제, 자기 살을 에이는 아픔 속에서도 더욱 찬란하게 꽃피우며 안으로 안으로 내면을 다지는 순백의 겨울꽃, 눈부신 인내의 향연 속으로 하염없이 걸어들어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눈이 내린 데다 춥기까지 한 겨울산은 등로가 얼어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겨울산은 혼자 가기는 안전상 조금 그렇고, 누구랑 같이 가면 좋고, 산을 잘 아는 분과 함께 가면 안심이 된다. 그래서 늘 우정산행 해주시는 대장님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날씨가 새벽에는 최저기온이 영하 17도, 낮에도 영하 10도 내외라 엄청 춥다는데, 완전 겨울산을 제대로 느끼는 날이 되겠다. 나는 두어 달 전에 사 놓고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발열 조끼를 입을 예정이다. 충전지 2만 마하 짜리가 무거워 1만 마하 짜리로 또 샀다. 검단산은 산행 난이도가 중ᆞ하급이고, 4시간 거리라니까 충전지는 그거만 가져가도 충분하겠다.


따뜻한 물은 대장님에게 가져오시라고 부탁하고, 쌀국수와 김치, 소세지와 사과를 가져간다고 톡을 보냈다. 그랬더니 라면과 생수 외에 짐은 최소화하라고 해서 쌀국수와 김치, 소세지 2개, 사과 4쪽, 견과류 2봉지, 포카리스웨트 음료만 가져갈 예정이다. 그래도 걷다 보면 이것저것 먹을 수도 있어서다. 무거운 건 아니니까 비상식으로 가져가는 건 괜찮다. 점심겸저녁은 하산해서 맛집에서 먹을 예정이다.


참, 원정산행을 갈 때는 늘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서 준비하고는 했더니 오늘도 어김없이 그 시간에 잠이 깬다. 습관이란 그런 것이다. 덕분에 조금 더 이른 기록을 남긴다.


아, 그런데, 글쎄, 수도산에서는 오늘 불암산을 갔단다. 어제 밤 늦게 9시 넘어서 공지가 올라온 모양인데 나는 자느라고 못 보았다. 알았으면 우리도 거기 합류하는 건데 싶었다. 댓글 달린 걸 보니 불암산은 7~8명이 함께 했다고 한다.


나는 집이 수원이라서 하남 검단산역 가는 거나 상계역 가는 거나 시간은 비슷하게 걸리기 때문이다.거의 2시간 30분이 걸린다. 대장님은 불암산 바로 밑에 사신다니까 거길 갔으면 한결 편했을 텐테 말이다.


그렇지만 검단산에 오른 것은 더 좋은 선택이었는 지도 모른다. 산을 오르면서 남한강,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인 두물머리와 둘이 하나가 되어 유유히 흐르는 한강 조망이 그림같고, 새하얀 눈길도 뽀드득뽀드득 밟으면서 도란도란 산행할 수 있어서다.


나는 사람 많은 거는 별로 안 좋아해서 오붓한 산행이라 더 좋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포근한 산행이다. 처음에는 손가락이 조금 시렸지만 도톰한 장갑을 빌려주셔서 곧 괜찮아진다. 신기한 것은 날씨가 추워도 산행하면 땀이 나고 안 춥다는 것이다. 산행은 참 좋은 운동이다.


검단산 전망대에 오르니 정자가 하나 있다. 소시지와 곶감과 따뜻한 차를 간식으로 먹고 정자에서 잠시 쉬어간다.  사방팔방 조망이 시원스럽다.


정상 오르는 마지막 구간은 아주 가파르다. 눈이 쌓여 미끄럽기도 하다. 천천히 조심조심 한 발 한 발 걷는다.


드디어 검단산 정상 도착하니 정상부가 아주 넓다. 마치 헬기장  같기도 하다. 100+명산 18번 째 인증을 하고 주변 산과 강 조망을 한다. 눈 내 산봉우리와 능선이  강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이다. 한국의 마테호른 백운봉, 용문산, 유명산, 운길산,  예봉산, 예빈산이 손에 잡힐 듯 아주 가깝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와 둘이 하나가 되어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본다. 한강이 '하나의 강'이라는 뜻이구나 문득 깨달아진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서 양지 바른 곳에 앉아 쌀국수, 바게뜨 빵, 사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는다. 까마귀와 아주 작은 귀여운 새가 나뭇가지에서 논다. 작은새는 대장님이 손바닥에 바게뜨 빵을 뜯어서 올려놓고 '구구' 부르는 데도 도무지 올 생각을 안 한다. 전에 대장님이 혼산할 때는 고 조그만 새가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손바닥 위에 있는 빵을 쪼아먹었다고 자랑을 하는데 말이다. 아마도 내가 폰을 들고 사진 찍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걸 눈치 챈 모양이다.


하산은 올라간 길과는 조금 다른 길로 한다. 혼자였으면 갔던 길로 원점회귀했을 건데 대장님이 길을 잘 알아서 계곡길 눈이 더 많이 쌓인 길로 하산을 한 것이다. 함산하면 늘 새로운 길 안내에다  사진도 많이 찍어주셔서 감사하다.


검단산 하산길 나무데크길 아주 가파르다. 조심조심 걷는다. 가파른 대신 빨리 내려온다. 길이 참 예쁘다. 구부러진 길이 예술미가 팍팍 살아난다. 멀리서 찍어주신 사진이 꽤나 멋스럽다.


포토존도 있다. 한강이 잘 보이는 지점이다. 포토존에서 또 한참  놀다 간다. 둘이서 오니까 한껏 시간 여유가 있다. 나는 시간만 많으면 하루 종일이라도 산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시간에 쫒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검단산 포토존 옆에는 곱돌광산 약수터 있다. 음수 가능하지 않다고 해서 약숫물 맛은 안 봤지만 졸졸 흐르는 게 시원해 보인다.


한참 내려오니 계곡길이다. 응달이라 눈이 더 많이 쌓여있다.


낙엽송 군락지도 있는데 오후 3시 밖에 안 되었는 데도 어째 석양 느낌이 난다. 빛은 실로 무슨 색일까 궁금하다. 7가지 무지개색, 아니 모든 색이 아닐까 싶다. 빛이 만들지 못하는 색은 없다. 흡수하지 않고. 반사하면 만들어진다. 내가 반사하는 것들이 아름다운 빛을 만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성경에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했는데, 단순히 세상을 밝게 비추는 빛이 아니라, 저마다 자기가 지닌 독특한 빛깔로 반사하는 빛이면 세상이 더 다채롭고 아름답지 않을까 싶다.


계곡길에는 빙판인 곳이 있다. 아주 얼음이 꽁꽁 얼었다. 흐르던 물도 물줄기째로 얼어 조각을 만들었다. 그런데 또 얼음짱 밑으로는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물의 신비다. 온도에 따라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물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색다르게 다가온다.


거의 하산 끝부분에서 대장님을 알아보는 여산우님 3명이 있다. 대장님이 도탈산에서 리딩할 때 계방산을 함산했던 산우님들이란다. 다른 산악회에서 송년산행으로 40명이 하남 검단산을 왔단다. 한참 이야기 나누며 내려온다. 어찌나 그 산악회 홍보를 하는지 카페에 들어가보겠다고 했다.


하남 검단산 산행은 오전 10시 20분 하남 검단산역을 출발해서  오후 3시20분 에니메이션고로 하산하였다. 처음에 새로운 길로 가려고 들머리를 찾다가 모두 막혀 있어서 살짝 알바를 했다. 사람들이 주로 가는 길을 들머리로 해서 유길준 묘역~ 전망대~검단산 정상~포토존&곱돌광산 약수터~에니메이션고 코스로 총 10km, 5시간 소요(휴식, 점심시간 1시간 포함)되었다.


맛집 <솔사랑>에서 쭈꾸미볶음과 보리밥으로 이른 저녁을 먹는다. 푸짐해서 밥을 조금 남겼는데 점심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 듯하다.


성탄절 이브에 둘이 하나가 되어 흐르는 두물머리 조망을 하며 행복한 산행이다.


신산 : 신사산악회

하남 검단산 눈산행+두물머리 조망
검단산 산행 기록 : 총 10km, 5시간 소요(휴식, 점심 시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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