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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an 05. 2023

500년 전 과거 속으로

강화 나들이+고려산 송년 일몰 산행

2023년 1월 1일은 주일이라서 일출 보기는 어려울 듯해서 2022년 12월 31일에 강화 해넘이를 보러가기로 한다. 산행 짝꿍 달아님이 함께 가기로 했고, 수도산(※) 대장포함 모두 10명이 참여 신청을 했다. 남자 4명, 여자 6명이다. 남산우님 중에 리딩 대장님, 사진작가, 후미 대장님이 있다.


자동차 3대로 이동한단다. 자동차로 움직이니까 여기 저기 가볼 수 있어서 좋다. 점심도 저녁도 사먹을 예정이라 아주 간단하게 작은 배낭을 꾸린다. 그래도 늘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어쩌지를 못한다. 새벽 3시 30분에 깨서 새벽배송 온 단호박으로 호박죽을 끓이고 있다. 함께 배송 온 귤은 까먹어 보니 시원하니 달고 맛있다.


참, 수도산에서는 1월 1일 아침 일찍(오전 6시 45분 집결) 아차산에서 일출을 본다는데, 나는 이미 몇 주 전에 강화 해넘이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기에 아쉽지만 2024년에나 가능하겠다.


강화 해넘이를 보며 온전한 한 해를 무사히 건강하게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기에 감사하리라. 온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은 또 새로운 뜨거운 소망의 한 해를 위해 지는 것이다. 오늘 서쪽에서 지는 해가 내일 아침이면 동쪽에서 더욱 붉게 솟아오르리라.


2023년에는 열매가 많이 맺히는 해가 되길 소망한다. 그동안 기도하며 열정을 쏟아 부은 일들이 결실하여 주님께 올려지리라.


개화역에서 모두 만나 인사하고 막새바람 대장님 차에 4명(막새바람 대장님, 시우님, 집요정님, 가을소나타님), 보랏빛님 차에 3명(보빛님, 달리아님, 나), 너도님 차에 3명(너도님, 나도님, 자연미님), 즐겁게 도란도란 이동을 한다.


제일 먼저 광성보에 들렀다. 외세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키던 수호터다. 시절을 훌쩍 뛰어넘어 고요 속에 묻힌 눈 쌓인 광성보와 강화 앞 바다 분위기가 그윽하다. 겨울인 데도 바다를 보며 걷는 한적한 산책길이 이맇게 걸어도 저렇게 찍어도 참 멋스럽기만 하다.


광성보에서 막새바람 대장님에게 강화도 산행과 관광지 설명을 듣는다. 개인적으로 강화도를 참 좋아해서 자주 오신다고 한다. 마치 내가 부여를 자주 가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함께 온 여산우님이 강화도는 최소 2박3일 코스는 해야 좋을 것 같다고 제안을 한다. 그런 산행 일정이 생길런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나도 꼭 달리아님이랑 함께 참여해야지 기대를 해본다.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연미정은 제비 꼬리를 닮은 바다 위 만남의 정자와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바다와 정자와 오래된 나무가 어우러져 고풍스런 느낌이 난다. 날씨가 약간흐려서 옛스러움을 더한다.


느티나무 한 그루는 여전히 하늘 높이 가지를 뻗고 위용을 자랑하는데, 바다 쪽에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는 때풍 링링의 영향으로 부러지고 아랫부분만 남아 있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부러진 윗부분 나무로는 조선시대 강화 반닫이를 만들어 박물관에 보관중이란다. 아직 뿌리가 살아 있어서 후계목을 기대해볼 수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연미정에서는 바다 건너 문수봉도 북한 땅도 손에 잡힐 듯 지척이다. 저  북한 땅은 언제 가볼 수 있으려나 또 안타까움이 인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참 머물다 간다.


연미정을 거니노라니 아주 오래된 과거의 시절로 돌아간 듯 아득하다. 고려시대,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느티나무 두 그루는 그 시절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가만히 서서 귀 기울여본다.


점심은 연미정 아래 할머니 식당에서 시골 할매가 해주는 집밥으로 조금은 투박한 점심 식사를 한다. 콩밥과 조기탕과 누룽지와 군고구마가 별미다. 모두 배가 고파서 밥을 한 공기 반씩 먹고도 누룽지에 군고구마 한 개씩을 또 먹는다.


점심을 먹고 과거 속으로 <고려궁지>를 돌아본다.  수도를 강화로 옮겨야 했던 슬픈 역사의 현장이다.  천주교 박해와 신부들의 순교, 그리고 프랑스군의 침공을 받아 의궤를 약탈당했던 병인양요의 흔적이다.


오후 2시 30분 북문고개에서 고려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눈이 제법 쌓여 있어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스틱을 짚으면서 걷는다. 초보코스라더니 그게 아니다.


고려산은 섬산이라 오르락 내리락 꽤나 난이도가 있다. 오름길이 많아 달리아님과 나는 애를 먹는다.


해넘이를 보러 왔는데 다행히 날이 맑아지면서 해모습이 또렷하게 보인다. 잘하면 낙조봉에서 멋진 일몰을 볼 수 있겠다.


고려산 정상에서 100+명산 인증을 한다. 벌써 19번 째이다. 뭐 꼭 인증을 위해 산을 오르는 건 아니지만 오를 때 인증을 하는 건 좋다고 본다. 그러다 보면 완등하는 날이 혹시 올지도 모르니까. 나는 항상 그런 생각이다. 새털같이 많은 날에 산은 오르라고 있는 것이고, 하나 하나 오르다 보면 100개 , 200개, 300개를 오르게 되고, 그보다 더 많이도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오래된 고려산 정상석과 석양의 해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자연미님, 달리아님, 나, 셋이서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온다.


그런데 군부대가 있어서 그런지 발도장이 안 찍힌다. 그냥 데크길로 한참  내려오니 그제서야 GPS가 잡힌다. 기쁘게 발도장 찍고 부지런히 걷는다.


아, 가는 도중 데크 위에 또 깔끔한 새 정상석이 있다. 그냥 가나 어쩌나? 그래도 또 찍는다. 대장님이 서둘러야 한대서 곧 뒤따라간다.


낙조대까지 가는 도중에 빨간 해를 만난다. 저리 붉어도 되나 싶으리만치 아주 빨간 해다. 나무 사이에 가려서 조금 아쉽지만, 발걸음을 멈추고 지는 해의 모습을 붙잡는다. 사진작가 시우님이 멋진 해를 담았다고 자랑을 하신다. 어서 보고 싶다.


낙조봉까지는 거리가 꽤 멀다.

"여긴 초보코스가 아니라 종주코스야."

달리아님과 나는 헉헉대며 걷는다. 낙타등길이라더니 완전 오르락 내리락이다.


낙조봉에 도착하니 시간이 엄청 걸려서 해가 다 넘어가 버렸다. 산행 시간을 좀더 여유있게 잡았으면 좋았을 건데 아쉽다. 그렇지만 해는 매일 뜨고 지는 것이고 우리는 시간이 많이 있으니 다음에 또 오면 되는 것이다.


진고개에서 되돌아간 나도너도님 부부는 거꾸로 올라 낙조대에서 찐 일몰을 보았다고 한다. 이런 때 보면 '나중된 자가 먼저 된다'는 성경 말씀이 딱 들어맞는다. 우리도 거길 따라갈 걸 해보지만 후회는 금물이다.


강화 고려산 산행은 고려궁지~북문고개~진고개~매봉산~고려산~낙조봉~적석사 코스로 총 12km, 5시간 소요되었다.


하산 후 세워 둔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 일도 쉽지는 않았지만, 모든 고생은 다 추억이 된다.


<수라간육개장>에서 저녁으로 먹은 보쌈과 육개이 넘 맛있어서 하루의 피로와 고생을 다 잊는다.


일정 계획하고 산행 리딩해주신 막새바람 대장님, 멋진 사진 찍어주신 시우님, 후미 맡아주신 가을소나타님, 운전해주신 세 분(대장님. 보랏빛님, 너도님), 함산한 산우님들, 모두 감사하다.


※ 수도산 : 다음수도권산악회

강화 광성보
강화 연미정
<할머니 식당>에서 점심 식사 후식 군고구마
강화 고려궁지
강화 고려산 일몰 산행
수도산 사진작가 시우님이 찍어주신 연미정 풍경
수도산 사진작가 시우님이 찍어주신 고려산 일몰 풍경
강화 고려산 산행 기록 :  총 12km, 5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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