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의 그림, 문인화를 그리기 시작한 지 두 번째 해가 되었다. 나는 문인화와 한국화 기법을 익혀서 그림책이나 에세이집을 낼 때 그림을 그려 넣고 싶었다.
헤아려보니까 아크릴화를 약 5년 동안 그렸으니 가장 오래 그렸고, 연필화, 캘리그래피, 수채화, 문인화 등 내가 그려본 그림 종류가 꽤나 많다. 이렇게 고루 그림을 그려 본 데는 다분히 그림책과 에세이집을 낼 때, 직접 그림을 그려서 넣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문인화도 이런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고, 그려보니 나한테 잘 맞고 재미가 있다.
2023년에는 [매난국죽]문인화수원중앙도서관 동아리 회원들 작품 80여 점을 고색뉴지엄 지하전시실에 걸었다. 100호, 족자, 패널 작품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니 참 멋스럽다.
고색뉴지엄은 폐수처리장을 리모델링해서 전시장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천장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고 벽과 바닥도 시멘트 그대로이다. 고전적인 그림보다는 현대적인 그림이 더 잘 어울린 만한 전시실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우리들 문인화를 다 걸어놓고 나니까 꽤나 근사하다. 옛 것과 새것의 조화랄까? 과거와 현대의 어울림이랄까? 버려지는 것들과 새로 탄생하는 것들의 교감이랄까?
[매난국죽] 문인화가들은 거의가 다 4~5년씩 그림을 그려오고 있어서 작품 수준이 상당히 높다. 문인화뿐만 아니라 한문과 한글 글씨와 캘리그래피를 잘 쓰시는 분도 많다. 지도하시는 선생님은 대한민국 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초대작가(국전)이신데 문인화 부문에서는 꽤 인정받는 분이시다. 다정다감하시고 베풀기 좋아하시고 무어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하신다.
그렇지만 일단 전시장 첫 기록은 내 문인화 작품 중심으로 남겨본다. 나는 <그리움>이 내 두인이기도 해서 100호 작품은 녹매를 그리고 제목으로 달아보았다. 모든 예술의 근간이 '그리움'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 꿈, 먼저 가신 이들에 대한 추억, 가보고 싶은 곳 등 그리움의 종류도 다양하다.
나는 지난해 1년 동안 매화만 그려서 작품이 매화뿐이다. 사군자 중 매화가 첫 번째로 나오는 걸 보면 옛 선인들도 매화를 으뜸으로 꼽지 않았을까 싶다. 봄보다 먼저 오는 이른 봄 맑고 그윽한 매화 향기, 속눈썹이 긴 매화에 취하는 설경 속 봄, 매화만큼 곱고 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맑고 그윽한 봄>, <봄 향기>, <매화에 취하니>, <고운 그대>. <착한 그대>, <그리움>이라는 제목을 붙여 보았다.
올해에는 대나무, 소나무, 국화, 수국 등 골고루 그려볼 생각이다. 대나무는 몇 점을 그려보니 죽간도 잎도 그리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소나무, 국화, 수국 등은 내가 삐죽삐죽 잎사귀와 동글동굴 꽃 그림을 잘 그린다고, 지도하시는 선생님이 그러신다. 또 1년을 매진하면 좋은 문인화 작품들이 나올 것이다. 난초는 가녀린 모습이라 그리기가 어려울 듯하여 뒤로 미루어둔다. 이제 조금 더 많이 바빠지겠다.
[매난국죽] 문인화 전시회 타이틀을 "재생(再生)에서 재생(財貹)으로"라고 붙인 데는 다분히 전시장이 고색뉴지엄이어서 의미를 두면 좋겠다는 기획자의 생각이 들어간 것 같다. '버려진 것들을 다시 사용한다'는 "재생(再生)"에서 '보물과 재물이 된다'는 뜻의 "재생(財貹)"으로 이름을 붙였으니 말이다.
[매난국죽] 문인화 패널 작품들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수원시도서관 순회전시중이다. 2023년에는 선경도서관(12월), 2024년에는 북수원도서관(2월), 광교푸른꿈도서관(3월), 한림도서관(4월), 화서다산도서관(5월)에 이어서 또 어느 도서관으로 가서 전시가 될지 모르겠다.
이번 책에서는 아크릴화 중심으로 이야기를 쓰지만, 다음에는 문인화 중심으로 이야기를 써보아도 좋겠다. 아직 문인화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아 책을 낼 정도는 아니다. 이제 겨우 표구와 패널을 한 작품이 6점에 그친다. 그렇지만 한 해에 6점씩 모이면 5년이면 30점, 그 정도면 문인화 그림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을 낼 분량이 될 수도 있겠다. 문인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다음 기회를 기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