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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선녀폭포 물놀이

청계산+선녀폭포

by 서순오

청계산 선녀폭포 물놀이 산행을 간다. 청계산을 몇 번 갔어도 구석구석 길을 잘 몰라 간혹 헤매기도 해서 오늘은 길을 좀 잘 익혀두어야겠다 생각을 하고 나선다. 옛골 청계골 종점~선녀폭포~옛골 원점회귀로 총 5km, 약 2시간 걷고, 물놀이와 점심시간 약 1시간 예정이다.

나는 요즘 무릎이 약간 시큰거려서 높은 산, 긴 코스는 타지 않기에 살방살방 청계산 선녀폭포를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산 2~3개를 연거푸 탄 지맥이 문제였을까? 아님 작년에 20km 이상 종주를 한 게 무리였을까? 어쨌든 무릎이 예전 같지는 않다. 힘든 산행 후에도 어디 아픈 데가 하나 없던 내가 세월은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 여기도 제법 오름길은 있다. 숲은 완전히 초록으로 뒤덮여 시원하니 걷기가 좋다.


백련지 가장자리 둔덕에 꽃분홍 배롱나무가 활짝 피고, 연못에는 하얀 연꽃이 피기 시작했다. 무성한 연꽃잎 위에 한두 송이 피기 시작한 연꽃은 꼭 아기 요정이나 천사 같다. 그곳에서 한참 시간을 보낸다.


도로길 지나 군부대가 나오면 '등산로'라고 되어 있는 화살표를 따라 산으로 오른다. 숲 속 넓은 장소가 나온다. 그곳에서 서로 인사하고 먼저 단체사진을 찍는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 시작이다. 나는 다른 때보다도 더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게 조심조심 걷는다. 스틱을 짚고 한 발 한 발 걷는다. 수국이 피는 계절이라 수국을 찾아본다. 드디어 발견해서 사진에 담는다. 예전보다 탐스럽지는 않다.


한바탕 오르다 편안하게 걷다가 일행을 놓친다. 그래도 서두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늘은 물놀이와 먹방산행이 중심이라서다. 길은 여러 번 와 보았기에 어느 정도 알고 있기도 하다.


아, 그런데 가다가 물소리가 나서 좀 안 좋은 길 아래쪽으로 내려가본다. 여긴 아니다. 선녀폭포 삼거리 이정표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 다시 올라와서 좋은 길로 간다.


군부대, 선녀폭포, 혈읍재 삼거리 이정표다. 당연히 목표점은 선녀폭포이다. 우리 일행 한 분이 선녀폭포에서 놀다가 배낭을 메고 일어선다. 아마도 이곳에서 모두 물놀이를 신나게 하고 마당바위 쪽으로 내려간 것 같은데 나는 혼자라서 풍경사진만 찍고 간다

"사진 찍어주고 가요."

그러는 데도 폭포소리 때문에 듣지 못했는지 그냥 가버린다.

"에효! 인심이 박하기는."

속으로 서운한 생각을 한다.

"뭐, 안 찍어도 괜찮아."

그러고는 일행 밥터를 찾아간다. 오늘은 우리 팀뿐 산에 아무도 없다. 산을 온통 독차지하고 걷는다.


모두 마당바위 옆에 그늘막을 치고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 널찍한 평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없어서 낯설다. 살펴보니 판때기를 뜯어서 옆에 쌓아놓았다. 그것으로 또 빙 둘러서 의자 비슷하게 밥터도 만들어놓았다.


일단 오리로스를 해서 쌈을 싸서 먹는다. 영양떡, 김밥, 오이장아찌, 갓김치, 어묵 묵은지 볶음, 오이, 상추, 깻잎 등 정신없이 먹고 나니 무지 배가 부르다.


나는 일단 물속으로 들어간다. 아직 물놀이를 안 했기 때문이다. 날씨가 그리 덥지 않아 자칫 추울 수도 있겠는데, 들어가 보니 수온이 차지 않고 적당해서 딱 좋다.


약 1시간 놀다 다시 혈흡재 쪽으로 올라간단다. 컬럼보님과 나는 조금 서둘러서 선녀폭포로 다시 올라간다. 체코 프라하에서 25년 살다가 최근에 왔다는 산우님이다. 둘이서 사진도 찍고 한참 논다. 나는 첨벙첨벙 물속으로 들어가서 논다.

"사진작가세요?"

"아뇨. 그림책작가예요. 첫 번째 그림책 냈어요."

"저도 사진 꽤 잘 찍어요."

"아, 네. 사진작가시군요."

"셀카 한 장 같이 찍어요."

"그래요."

둘만의 시간이 정겹다.


일행들이 와서 혈읍재 쪽으로 올라가고 나는 저녁에 일정이 있어서 다시 마당바위 쪽으로 내려와 바로 아래에서 계곡을 건넌다. 군부대 뒷길이다. 그런데 오다가 보니까 커다란 나무를 쓰러뜨려서 길 한가운데를 막아놓았다. 군부대가 가까운 곳이니 이 길을 이용하지 말라는 모양이다. 철조망으로 내려와서 간신히 길을 통과한다.


오늘 청계산 산행에서 선녀폭포와 마당바위 쪽으로 흘러내리는 계곡은 장마기간이라 수량이 풍부해 제대로 된 물놀이를 했다. 호젓한 초록 숲길을 걷노라니 활짝 웃으며 반겨주는 예쁜 꽃을 많이 만났다. 역시나 꽃들은 강렬한 햇빛도 세찬 비도 맑은 공기도 좋아한다. 우리도 꽃들처럼 언제나 환하게 웃는 나날이 되길 바라본다.

백련지 배롱나무와 연꽃
여산우님들과 백련지에서
인사
갈림길 이정표
산 수국
초록숲길
이정표와 선녀폭포
마당바위 옆에서 점심식사
마당바위 옆 선녀폭포 계곡 물놀이
선녀폭포에서 물놀이
선녀폭포에서 단체사진
개망초꽃, 해바라기, 달맞이꽃, 수국, 황화코스모스, 나리꽃.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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