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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오지 내리계곡 일급수에 영혼몸을 담그는 시간

강원 영월 내리계곡 물길산행

by 서순오

청정 오지 영월 내리계곡은 아침가리골보다 좋다. 알파님들이 독차지하고 걷는다.


백두대간 도래기재에서 시작된 물이 태백산과 소백산을 가르며 흐르는 계곡이 바로 내리계곡이란다. 이곳 물길 산행은 그 어디에서 보다 일급수 맑은 물에 영혼몸을 담그는 시간이다. 목욕재계하는 느낌이랄까? 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천연의 깊은 속살을 마주하는 듯 몸과 마음이 청결해진다.


원정공지는 도영대장님이 하고 리딩은 강풍팀장님이 하신다. 원래 코스는 위쪽 도래기재에서부터 걷기 시작해서 지동리 내리계곡 쪽으로 하산하는 것이 정석이라는데, 총 17km, 가파른 너덜길을 피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알파님들 생각해서 코스를 대폭 줄인 거란다. 지동리 내리계곡에서 시작해서 늡다리 유배지까지만 가는 걸로 정했다.


계곡산행은 티 없이 맑은 물을 몸으로 맘껏 누리지만 너덜지대를 각오하고 걸어야 한다. 코스를 줄였다고는 하나 몇 번의 물길을 건너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왔다 갔다 하며 걷는다.


넓은 장소 찾아서 비교적 수심이 낮은 계곡 옆에서 점심 먼저 먹는다. 자유롭게 앉다 보니 길게 한 팀, 작게 두 팀, 세 팀으로 나뉘어서 밥을 먹는다. 우리 팀은 강품 팀장님, 그 자리에님, 나, 그리고 세하님이다. 샌드위치, 고기볶음밥, 파인애플, 복숭아, 가래떡, 깻잎장아찌가 우리의 식탁이다. 신기하게도 우리 팀은 한 사람도 성인음료를 안 싸왔다. 식사 후에 커피도 안 마신다. 나는 술을 안 마신다. 커피는 아침에 딱 한 잔 마시고 점심 이후에는 안 마신다. 하루 두 잔을 마시면 밤을 꼴딱 새운다. 세하님도 술을 안 드신다. 이래저래 산행에서는 드문 술 없는 점심을 먹었다.


재미나게 맛있게 식사하고 단체사진을 찍는다. 짓궂은 누군가가 물을 튀겨 끼얹는다. 다른 누군가가 대응을 한다. 동심으로 돌아간 듯 신이 난다.


그리고는 본격적인 물놀이에 들어간다. 옷을 입은 채로 풍덩풍덩이다. 물이 딱 알맞게 시원하다. 날씨가 더우니까 수온이 조금 올라가서 한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강풍팀장님은 리딩하랴 사진 찍으랴 바쁘시다. 매니저 대장님도 사진 찍기에 바쁘시다. 사진 찍는 건 좋아해도 찍히는 건 안 좋아하신단다.

'나는 둘 다 좋아하는데, 그렇군요!'


이제 알파님들 반 정도 물놀이팀은 계곡에서 놀고, 반 정도 산행팀은 김필봉 유배지를 찾아간다.

"김필봉 님은 어떤 분인가?"

전혀 모르는 분이다.

유배지까지 왕복 1시간이라는데 길다. 처음에는 함께 가다가 선두와 후미가 나뉜다. 선두는 강풍 팀장님이 리딩하면서 가고, 후미는 그라미대장님과 나, 로즈마리님이 함께 걷는다. 물길 안에 돌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로즈마리님은 미끄러져서 엉덩이가 아프단다. 나도 미끄러져서 오른쪽 어깨를 돌에 살짝 부딪쳤는데 아프지는 않다. 그래도 모른다. 며칠 후에는 살짝 멍이 들는지도. 내리계곡이 청정 오지인 만큼 사람들 발길이 물속 바위의 이끼를 닦아내질 못했다.


겨우 유배지에 도착해서 보니 한쪽에는 아주 허름한 무너질 듯한 다리가 있다. 이것이 늡다리인가? 아니다. 늡다리는 이 마을 이름이다. 다리 옆에는 나무에 칠선녀바위라는 명찰도 붙어있다. 그 이름표가 다리를 가리키는 것인 줄 알고 바위를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다.

유배지에는 <꿈의 유배지 늡다리>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유배지가 꿈의 유배지라? 속세를 벗고 자연과 함께 유유자적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옆에는 영월경찰서 안내판이 붙어있다. 우리는 유배지에는 못 들어가는 줄 알고 밖에서만 보고 사진을 찍었는데, 선두팀 사진을 보니 안에 들어가도 되는 모양이다.

"되긴 뭘 돼?"

찍어놓은 사진을 보니 '사진 찍지 말라'는 안내도 찍혔다.

"하여간에 한국인은 하지 말라면 더 하지."

유배지 안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글을 블로그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궁금하다.

"누가 살고 있을까? 안으로 들어가 볼걸!"

이럴 때 보면 나는 너무 모범생인 게 탈이다. 실은 아닌데, 하는 행동을 보면 말 잘 듣는 모범생과가 맞긴 맞는다.


집에 와서 '김필봉'을 검색해 보니 2012년에 <나는 자연인이다> 방송에 나왔던 산 사나이 김필봉 씨의 거주지이다. 당시에 48세였던 김필봉 씨는 스스로 이곳 오지에 집을 짓고 <꿈꾸는 유배지 늡다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극에나 나올 법한 개량 한복을 입고, 외모는 턱수염을 길러서 산적 같은 느낌이지만, 이목구비가 선연한 호남형 미남이다. 2024년 현재에는 환갑이 되었겠다.


<꿈의 유배지 늡다리>까지 가는 동안, 원점회귀로 돌아오는 동안 많은 안내 이름표를 만난다. 미남바위, 거북바위, 돌고개, 배나무소, 벼락바위, 귀신바위, 늡다리, 칠선녀바위 등이다. 설명은 따로 없어서 그냥 짐작만 해보며 걷는 데도 심심할 틈이 없다.


유배지로 갈 때는 산길을 자주 놓쳐서 물길로 여러 번 가로질러 갔는데, 내려올 때 보니까 산길만으로도 쭈욱 걸을 수가 있다.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로 갔구나 싶었지만 덕분에 시원한 물길 산행을 제대로 했다.


땀을 흘리며 부지런히 다시 원점회귀로 물놀이하는 팀이 있는 곳까지 와보니 글쎄, 선두팀이 아직 안 왔다. 아무래도 더 간 모양이다. 나는 더워서 물속으로 풍덩 들어가 몸을 식혔다.

"이렇게 좋을 수가!"


한참 있으니 선두팀이 온다. 아니나 다를까? 필봉폭포까지 가보려고 유배지에서 더 진행을 했는데, 못 가고 돌아왔단다. 아무래도 그 길이 완전 너덜지대 난코스였나 보다.


그래도 이런 청정 오지를 아무나 리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강풍대장님은 혼산도 두려워하지 않고, 암벽도 잘 타시고, 오지산행은 즐기는 산행이시라 가능한 것이다. 알파님들이 아침가리골보다 좋단다.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단다.


나도 아침가리골은 몇 년 전에 다녀왔는데, 방동약수에서 산불감시초소까지 가는 도로길이 힘들었다. 어떤 이들은 택시를 타고 오르기도 한다. 완만한 듯 오름길인데 여름에는 땀깨나 쏟는다. 꼭 소백산 죽령 코스 도로길 걷는 것 같다.


어찌 힘들지 않고 산을 오르랴! 내리계곡 오늘 코스는 오름이 없는 산행이었지만 너덜길, 미끄러운 물길이라 쉽지는 않았다. 조심조심 한발 한발 스틱을 짚고 천천히 걸었다. 한여름 삼복더위에 이런 물길 산행은 몇 번쯤은 해봐야 한다. 그래야 여름이 쉽게 간다.


뒤풀이는 <심심산골 건강밥상>에서 했는데 맛이 또 일품이다. 찹쌀밥에 어수리를 얹은 쫀득쫀득한 어수리돌솥밭에 살살 녹는 고등어구이, 부드러운 손두부와 돼지고기 보쌈, 구수한 된장국, 쌈채소는 리필이 안 되는 품목이지만 넉넉하다. 더 가져다 먹어도 되는 메추리알장조림, 버섯볶음, 고들빼기, 감자조림, 콩나물, 무김치, 미역줄기볶음, 깍두기, 고구마순은 하나하나 다 맛있다. 아까 점심 먹은 그 자리에 님, 세하님, 나, 그리고 새로 루미님 함께 앉아 정답게 이야기 나누며 먹는다. 오후 4시 조금 이른 저녁식사라 배가 너무 부르다. 그래도 맛있게 다 먹고 포만감을 느끼니 행복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밝은 웃음 희애 총무님한테 결산보고를 받고, 부족분을 더 내고, 그리고 남은 회비로 산 강원도 찰옥수수도 한 개씩 분배받는다.

"남편 가져다줘야지."

그러면서 가방에 챙겨 넣지만 실상은 배가 부른 탓이다. '어쨌거나 가져다주는 게 어디야?'

다른 알파님들은 맛있게 먹는데 나는 혼자서 속으로 북 치고 장구 치고를 다한다.


오늘 산행은 총 8.7km, 약 5시간 소요되었다. 점심, 휴식, 물놀이 시간 포함해서다. 원정공지 올리신 도영대장님, 리딩해주신 강풍팀장님, 희애 총무님, 함께 한 알파님들에게 감사하다.


♡청정 오지 내리계곡 일급수에 영혼몸을 담그는 시간(강원 영월 내리계곡 물길 산행) 동영상♡

https://youtu.be/q_Pnp8APWII?si=lhBIaQb8Wa5mHXa4


하늘 구름
청정오지 내리계곡
내리계곡 물길산행
맛있는 점심식사
벌집
사진 찍기 놀이
시원한 물놀이
나무에 안내 이름표들
<꿈의 유배지 늡다리> : 김필봉 씨 거주지
유배지에서 키우는 채소들
(늡다리)와 칠선녀바위 이름표에서
<심심산골 건강방상>에서 푸짐한 뒤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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