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성곽길을 풀코스로 걸으면 거리와 시간 소요가 얼마나 될까 궁금하여 시간을 내보았다. 팔달문에서 시작하여 한 바퀴 둥글게 돌아서 다시 팔달문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대략 예상하기는 총 5km, 3시간 소요되겠다 싶었는데, 다 걷고 트랭글 운동기록을 보니 약 6km, 2시간 15분이 소요되었다. 혼자 걸으니 사진 찍는 시간도 절약되고, 조금 빨리 걸은 듯하다. 간식 먹는 시간은 한 15분 정도 걸렸다. 거기다가 수원화성행궁은 여러 번 가본 곳이라 생략했다. 그렇지만 모두 다 간다고 했을 때 대략적으로 약 7km, 3시간 소요로 잡으면 넉넉할 것이다.
팔달문(남문)에서 시작해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서 팔달산 벚꽃길 지나 홍난파 노래비 통과하고, 남포루~서남각루~3.1 운동 기념비~효원의 종~세계문화유산화성 돌비~화서문~서북공심돈~장안문과 북옹성~북수문(화홍문)~방화수류정과 용연~동북포루~동장대(연무대)~동북공심돈~창룡문~봉돈~동남긱루~남수문(팔달문)으로 하산했다.
이번에 수원화성성곽길 풀코스를 걸으면서는 서장대 천장에 정조대왕이 쓴 시를 읽어보고, 동장대(연무대), 북수문(화홍문), 남수문(팔달문) 등 원래 내가 알고 있던 이름과는 다른 이름들이 더 있다는 걸 알았다. 또 동북공심돈과 쌍을 이루는 서북공심돈이 있다는 것, 장안문 옆에 반달 모양의 북옹성 등 새로 알게 된 것들이 많다. 같은 길을 여러 번 걸으면 이렇게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띄어서 좋다. 또 가면 잠자고 있던 어떤 것들이 깨어날지 궁금하다.
추석연휴 끝나고 바로 다음날이라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외국인들이 둘씩 커플로, 또는 친구끼리, 한국인들과 같이 걷는 이들이 있다.
나는 양산을 쓰고 걸어서 괜찮은데, 외국인들은 그냥 걷고 있다. 날씨는 아직도 무지 덥다. 비지땀을 쏟으면서 걷는다. 그래도 간간이 바람이 불어주어 땀을 식혀준다. 서장대, 화서문, 장안문, 화홍문, 연무대 등 안에 마루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쉬거나 누워서 잠을 자고 있기도 하다.
나는 어쩐지 이 길을 자주 걸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일정한 요일, 일정한 시간에 이곳을 걸으며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아름다운 세계문화유산이 집 가까이 있어서 행운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