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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화장실 2개인 집으로 이사

by 서순오

사무엘하서 성경 쓰기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하나 해결되었다. 바로 이사문제였다. 사는데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지만 우리 집은 화장실이 하나 있었다.


아이들은 둘 다 출가하거나 분가하고, 남편과 나와 둘이 사는 집에 각자 자기 방이 있고, 화장실이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남편과 나는 생리현상이 꼭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내가 급하게 볼 일을 보러 화장실에 가려고 하면 꼭 남편이 먼저 들어가서는 도무지 안 나온다. 나는 화장실 문밖에 서서 끙끙댄다. 하루에도 두어 번씩 매번 그런다.


또 하나가 있다. 약속이 있어서 외출하려고 목욕을 하려는데 울 남편이 들어가서 씻고 있다. 운동을 하고 와서 샤워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약속 시간에 맞추어서 가려면 바로 씻고 화장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자꾸 촉박해진다. 그럴 때마다 둘이서 아웅다웅한다.


다른 일로는 별로 싸울 일이 없는데, 그게 우리 부부가 다투는 이유이다. 그래서 화장실 2개인 집으로 꼭 이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뜻밖에 그런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사는 한 1년쯤 더 있다가 할 생각이었다. 집을 보니 어쩌면 내가 딱 원하던 집이다. 한 번 보고 급하게 바로 이사를 결정했다.


2024년 11월 28일 100년 만에 폭설이 내린 날이다. 이삿짐센터에서 이사를 하니 마니 하다가 눈길을 헤치고 오전 10시 30분에 와서는 오후 4시까지 짐을 날라만 주고 갔다.


방 3개와 거실, 부엌, 화장실 2개, 창고까지 짐을 가득 풀어놓고,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여보, 미안해요. 화장실 하나인 집에서 살 때, 너무 뭐라 뭐라 해서요."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하니 그동안 용케도 화장실 하나인 집에서 잘 살아왔구나 싶다.


모든 문제의 해답이 있는 성경, 이사를 위해서 성경 쓰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역시나 성경이 가장 긴급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금도 화장실 2개인 걸 깜빡 잊고 남편 들어간 화장실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아, 저쪽에 화장실 또 있지.' 그러면서 웃으며 들어간다.


2024년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소추로 불안정한 정치, 뜻하지 않은 무안공항 비행기 사고로 국민들이 모두 슬픈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누구 하나 자기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구원은 잘못을 깨닫고 회개하는 데서 온다. 개인이나 가정이나 사회나 나라나 세계나 잘못한 사람이 없는데 어찌 평화와 구원이 있을 수 있겠는가?


사무엘하서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이스라엘의 성군 다윗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왜 하나님께서는 범죄 한 다윗을 용서하시고 '내 마음에 합한 자'라고 명명하셨을까?'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해서 '잘못했을 때, 그것을 즉각 시인하고 돌이킨 데 있다'라고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왕이 유부녀와 간음하고, 그 남편까지 죽이고, 아내를 차지했는데, 어떻게 왕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겠는가? 그의 진정한 뉘우침과 회개 때문이다.


깨닫는 마음은 지혜로운 마음이다. 깨달으면 모든 관계가 회복된다. 평화가 임한다. 무슨 일이든지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 되기에 서로 윈윈 할 수 있다.


2025년 1월에는 열왕기상서를 쓰고 있다. 새해에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회개하는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회개하지 않는 자는 구원받지 못할 뿐 아니라 혹독한 심판과 징벌이 기다리고 있다. 똑같은 죄를 지었더라도 회개하는 자는 용서받고 구원받는다. 그러하기에 위정자는 물론 우리 모두가 죄를 깨닫고 회개하여 용서받기를, 구원이 임하기를 기도드린다.


성경 쓰기를 하는 동안 또 어떤 문제가 해결될지 기대를 해본다. 진심으로 국민을 위한 위정자가 세워지는 것은 어떨런지? 정치가 안정을 찾고 경제가 살아나고 외교도 잘 이루어져 실추된 명예가 회복되고, 그래서 살기 좋은 나라가 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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