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드(옛날드라마) <사랑과 야망> 풀코스 몰아보고
요즘 산행도 여행도 안 하고, 영화도 보러 안 가고, 책은 조금씩 읽고, 문인화반도 방학(2024년 12월~2025년 3월까지 4개월 간)이어서 그림도 안 그리고, 굉장히 느슨하게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에 이사를 하고 거의 두 달간 집안 정리로 바빴고, 이제 겨우 숨통이 트인다. 하루 한 장(때로는 반 장) 정도씩 거의 매일 하는 성경 쓰기가 내가 하고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며칠 전 인터넷 신문을 보는데, <사랑과 야망>에 출연했던 탤런트 최 모 씨가 별세했다는 소식이 실렸다. 이름도 얼굴도 익숙지 않은 배우이다. 그이는 엑스트라 역을 맡았던 배우이다.
'그 드라마가 어떤 드라마였지?'
조금씩 궁금해진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이다. 시청률이 76%에 이른 드라마란다. 1987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동안 96회 완결작으로 방영되었단다. 그렇다면 나도 몇 번은 봤을 드라마이다.
포스팅을 한 블로그에 링크가 걸려있기에 클릭해서 보기 시작했다. 다음. 다음 영상, 이래가면서 중간부터 보기 시작해서 2~3일에 걸쳐서 끝까지 다 보았다.
그런데 또 앞쪽이 궁금해진다.
'어째서 저 두 사람은 같이 살고 있는 것일까?'
이래서 또 제1회부터 보기 시작한다. 2~3일에 걸쳐서 내가 처음에 보기 시작한 중간 부분까지 다 보게 되었다. 거의 하루 종일 밥 먹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랑과 야망> 드라마만 본 셈이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뒤를 먼저 보고 앞을 나중에 보았지만 줄거리가 연결이 된다.
다 보고 찾아보니 김수현 극본이고, 백상예술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나는 사실 TV를 안 본다. 내 방에는 아예 TV가 없다. 남편 방에만 TV가 있고, 거실에도 TV가 없다.
내가 TV를 안 보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아침에 눈 떠서 TV를 틀자마자 뉴스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거의 안 좋은 소식을 듣게 된다. 그것도 하루에 몇 번씩 똑같은 소식을 보고 듣기에 그것이 싫다.
둘째는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뒤가 궁금해서 계속 이어서 보게 되는데, 내 정신건강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 거의 모든 드라마가 불륜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것도 근친상간인 경우도 많다.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가정을 깨는 것은 보통이고, 이혼에다 두 번, 세 번 결혼도 다반사이다. 나는 그런 사고방식을 바탕에 깐 드라마라는 걸 보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아예 TV를 내 방에 두지 않고 보지도 않는 것이다.
'악의 일반화'라는 게 있는데, 이런 드라마의 영향은 요즘 세태가 이리도 문란하고 결혼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풍조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늘 재미있어하면서 보고 있으니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가치관에 젖어드는 것이다.
나는 그게 싫다. 한 번 결혼을 하고, 사랑의 결실로 자녀를 낳고, 그랬으면 결혼서약을 잘 지키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며 백년해로해야 하는 것이다. 사랑의 감정이 조금 식었다고 해서 다른 상대와 또 다른 사랑을 하는 것은, 그것은 엄격히 말해서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불륜이고, 간음이다. 기독교신앙에서 보면 엄연한 죄악이고 우상숭배이다. 하나님께서는 십계명에서 '하나님 이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라고 하셨다. 성경에서 우상숭배는 간음으로 묘사된다. 첫 배우자(남편, 아내)를 두고, 다른 사람과 정을 나누는 것은 우상숭배이다. 속히 깨닫고 돌이키고 용서받아야 한다.
<사랑과 야망>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몰아본 소감은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는 성공을 위해서 매진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거의 인간이 아닌 기계적 수준이다. 남주인공 박태준도, 여주인공 김미희(김미자), 엑스트라들도 마친가지이다. 비인간적인 인물들이 나온다. 설정된 인물들이어서 그럴 것이다.
첫 결혼을 파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가 다시 합치는 부분도 미화되어 있다.
'정말 그럴까? 자기를 버리고 다른 사람과 결혼했던 사람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드라마에서는 모든 게 쉽다.
그러나 나는 아니라고 본다. 한 번 식은 사랑이 어찌 다시 생겨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처음 사랑한 사람과도 얼마든지 사랑을 이어갈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또 하나, 이 드라마에서는 거의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매달리는 사랑이 계속 나온다. 그런데 그 사랑이 쉽게 끝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기도 한다. 어처구니없는 설정이다. 바보 같은 여자들이다. 정자가 그렇고 새미가 그렇다. 은환 역시 자기와는 전혀 수준이 맞지 않는 사람, 두 아이가 딸린 남자에게 시집을 가서 천사표 아내로 살아간다. 세상에 이런 여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전혀 인간 같지가 않다.
마지막으로 '아이는 낳되 이혼은 한다'는 설정이 마음에 안 든다. 태어나는 아이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이다. 어른들의 이기적인 결정이 아이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다 나빠지지 않고 제법 잘 자란다.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드라마는 어떠해야 하는가? 재미있어야 한다. 줄거리를 비틀고 꼬아서 뒤가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건을 터뜨려 충격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이것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내 방에 TV를 안 두고 뉴스도 드라마도 거의 안 본다. 필요한 기사와 드라마는 찾아서 보면 된다. 거의 한 주일 동안 <사랑과 야망> 드라마를 몰아보고 나는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확인한다. 그렇고 그런 드라마에 시간을 쓰지 않는 걸 그저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