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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산행 사랑 타령 유감

관악산+삼성산 둘레길

by 서순오

지난주에는 때 아닌 봄눈 산행을 했고 오늘은 봄꽃 산행을 했다. 관악산+삼성산 둘레길은 2주 전에 인테리어 지기대장님 리딩으로 걸었던 곳이다. 그런데 오늘 별다섯 대장님 리딩으로 다시 걷게 되었다. 산우님들 모두 31명 참석이란다. 근교산행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참석을 하다니 자랑산에 대한 기대와 별다섯 대장님의 인기에 힘입은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별다섯 대장님 리딩은 첫 참석이라 어떤 분이실까 궁금하다.


집결지인 사당역은 집에서 가기가 비교적 수월해서 거리 이동 시간에다 한 30여 분 정도만 여유를 두고 집을 나선다.


사당역 6번 출구 안 살펴보니 모여있는 무리가 별로 없다.

"오이! 어떻게 된 것일까?"

자랑산 카페에 들어가서 산행 안내글 맨 밑에 댓글을 달아본다.

"다들 어디 계신가요?"

"6번 출구 밖"

"6번 출구 밖 소공원"

인테리어 지기대장님 답글이다.

답문 쓸 여유가 없다. 시간이 이제 10여 분도 채 남지 않아서다.


소공원에 모두들 모여있다. 가끔 함산 하다가 오랜만에 보는 이들과 반갑게 인사 나눈다. 별다섯 대장님과도 첫인사한다.

"호남형이시군!"

성품이 좋아 보이신다. 푸근한 인상이랄까?


인원 체크하고 들머리로 간다. 아, 그런데 가다 보니 어째 허전하다. 내 핸드폰이 없다. 아까 겉옷을 벗어서 배낭에 넣으면서 소공원 의자에 올려놓고 그냥 온 것이다.

"이를 어째?"

돌아가려면 좀 그렇고, 또 누가 주워가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앞선다.

뒤에서 오시는 분들이

"이거 누구 거?"

리콜님은 내 핸드폰을 들고 오시고, 인테리어 지기대장님은 작은 쌕(돈가방?, 이것은 비채님 것이다.)을 손에 들고 오신다. 나는 얼른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내 폰을 건네받는다.


언제나 산우님들이 머문 자리 뒤를 잘 살피기로 소문난 인대장님과 산우님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지난주에 수리산 봄눈 산행에서도 점심식사 후 스틱을 두고 온 남산우님 거를 뒤에 오시는 산우님이 챙겨 오셨다. 한참 가다가 "아차!"하고 뒤돌아서 가지러 가려는 순간이었다. 서로 돕고 챙기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관악산 둘레길 안내도와 인헌공 강감찬길 이름표가 있는 곳에서 가파른 데크길을 올라간다. 정자가 나온다. 모두 모여서 별다섯 대장님 소개하고 서로 인사한다.


본격적인 산행 시작이다. 길은 걷기 좋아 살방살방 걷는다. 그런데 어째 2주 전 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만 같다. 오른쪽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지꾸 왼쪽으로 간다. 내 방향감각이 그렇다. 그래서 그랬을까? 몇 번이나 걸은 산인데, 처음 가보는 것 같다.


군데군데 봄꽃이 반긴다. 진분홍 진달래가 활짝 피어서 아직 초록물이 올라오지 않은 나무들 사이에서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다. 생강나무 노란 꽃도 제법 피었다. 무채색 속에서 분홍, 노랑꽃들이 눈에 확 띈다. 발걸음이 자꾸 멈춰진다. 핸드폰 카메라도 눌러본다.


겨울은 가고 이제 완연한 봄을 지나 한여름 기온이다. 긴팔 티에 조끼 하나 걸쳤는 데도 얼굴에 가슴과 등에 땀이 난다.

"영상 25~6도까지 올라간다고 했는데!"

운동을 할 때는 살짝 땀이 나주어야 제대로 운동이 되는 거라고, 어디에선가 읽은 기억이 나서 조끼 안 벗고 그냥 걷는다.


넓은 밥터를 찾아서 네다섯 팀으로 나뉘어 앉아서 정겹게 맛있게 식사를 한다. 오아시스님은 한라봉을 배낭 가득 담아 오셨는지 일일이 까서 31명 모두에게 두 쪽씩 나누어준다. 상큼하고 새콤 달달하다. 이름 그대로 오아시스 맛이다.


식사 후 단체사진을 찍고 다시 산행을 한다. 한참 가니까 그제야 갔던 길이 익숙해진다. 원시인 정자가 나오면서 '지난번에 여기서 사진 찍었지." 하면서 기억이 또렷해진다.


낙성대로 내려오니 하얀 탐스러운 목련이 만발하였다. 강감찬 장군 포토존도 그냥 지나치고 목련꽃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생각나는 사람~"

문득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그리운 사람이 건져 올려진다.

"목련은 아니고, 꽃은 아니고, 뭐랄까? 고슴도치 머리? 차두리 선수를 닮은 사람!"

초등시절 내 첫사랑이다. 늘 보고 싶은 소년이다!


도로를 건너 다시 산으로 오른다.

서울대 정문을 지나간다고 했는데, 우리는 별대장님의 선두를 놓치고, 오른쪽에 서울대가 보이는 산길로 계속 걷는다. 그래도 후미는 인대장님이 맡고 계셔서 안심이다. 두 대장님 간 통화 후 서울대로 내려와 교정을 지나서 정문을 바라보며 관악문으로 간다.


도란도란길 정자에서 별대장님의 선두팀이 기다리고 있다. 오아시스님 배낭에서 또 한라봉이 나온다. 서로 나눠 먹으라면서 서너 분에게 한 개씩 안겨준다.

"도대체 몇 개를 가져오신 거예요?"

쉬어가며 싱그러운 달큼한 한라봉을 입안에 가득 담고 즐거워한다.


인대장님과 별대장님이 의논 끝에 산행 코스 조정, 조금 쉽게, 시간도 줄이고, 총 10여 km만 걷기로 정한다. 석수까지 가면 14~5km가 나온다니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칼바위능선 지나 관악산역으로 내려오기로 한다.

"좋아 좋아요! 날이 더우니까요!"

난 또 저녁에 일이 있어서 뒤풀이도 안 하고 갈 거라서 환영이다.


하산길에 노란 개나리를 닮은 영춘화가 개울가 돌담에 무리 지어 피어있다. 포토존이다. 예쁘게 멋지게 개인 사진들 찍어본다. 꽃을 꺾어서 손에 들어도 보고, 머리와 모자에 꽂아도 보고, 소년소녀 감성이다.


개울이 있으니까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소녀를 떠올려볼 수도 있겠다. 지금 우리 나이가 그럴 때는 아니지만, 뭐, 기분은 내라고 있는 것이니까.


음, 그런데, 어찌 사랑은 슬픈 사랑만 있을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말이다. 그래야 더 애절하기에, 사랑의 이름에는 꼭 이별이 함께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올 들어 산행에서는 봄꽃을 처음 만나서 그런지 사랑 타령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분명 꽃처럼 피어나리라. 그 어느 꽃이나 예쁘지 않은 게 없듯이 우리의 사랑도 모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기분 좋은 봄꽃 산행이다.


리딩해주신 선두 별다섯 대장님, 중간 말뫼님, 후미 인테리어 지기대장님, 함산 한 산우님들, 사진작가님들, 모두모두 감사하다. 또 나중 산길에서 반갑게 만나기를 기원드린다.

생강꽃
분홍분홍 진달래꽃
맛있는 점심식사와 단체사진
전망대에서
하얀 목련
고운 진달래꽃 앞에서
칼바위능선
노란 영춘화가 핀 돌담에서
관악산+삼성산 둘레길 산행 기록 : 총 11km, 4시간 소요(점심, 휴식 시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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