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뽑아도 뽑아도, 삶은 다시 시작된다.

by nj쩡북

정오의 빛이 골목을 비춘다. 발끝이 멈춘 자리에 아스팔트가 얇게 갈라져 있다. 금처럼 가는 틈 사이로 노란 꽃이 조용히 솟아오른다. 누군가는 이 길을 덮었고, 민들레는 굳이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몸으로 길을 내고 있었다.

가까이 눈을 낮추면, 잎의 톱니가 발자국의 방향을 따라 엇갈린다. 뿌리는 곧게 내려가다가도 끊긴 자리에서 다른 뿌리를 낸다. 씨앗은 가벼운 솜털을 달고 바람의 속삭임대로 이동한다.

우리는 상실을 보통 사건으로 말한다. 큰일, 한 번에 무너지는 장면. 하지만 민들레는 과정을 보여준다. 뽑히는 그 순간에도 다음을 준비하는 몸. 잎이 뜯기면 남은 잎으로 눕듯이 버티고, 뿌리가 끊기면 끊어진 단면에서 새 길을 튼다. 회복은 성대한 복구가 아니라, 작은 뿌리를 한 번 더 밀어 넣는 습관일지 모른다. 오늘의 패배가 내일의 번식 구조가 되는 일. 민들레는 그 기술을 매일 반복한다.

굴삭기의 팔이 멀리서 하늘을 가르며 으르렁거린다. 먼지 속에서 하얀 홀씨 몇 개가 점을 찍듯 떠다닌다. ‘여기서도 살 수 있나?’ 질문이 떠오를 때, 바람이 대답을 가져간다. 갈라진 틈, 따뜻한 벽, 작고 얕은 흙...

그 어디든 잠시 머물 자리가 된다. 민들레는 정면 돌파보다 우회와 확산으로 생을 키운다. 단단함을 새로 정의하게 만든다. 덮어씌운 포장보다, 그 아래서 꾸준히 밀어 올리는 힘. 환호 대신 루틴, 위로 대신 구조.

나는 숨이 가빠지는 날일수록 눈을 낮춰본다. 낮추면 보인다. 보이면 견딜 수 있다. 견디다 보면, 내 안에도 작은 우산이 한 번 접힌다. 바람이 불면 펼치면 된다. 그때는 멀리 가는 대신, 넓게 남을 것이다. 돌아오는 기술을 나도 배우면 좋겠다. 오늘은 거창한 계획 말고, 작은 뿌리 하나만 더...


*깜별이의 메모

깜별이는 그림자 가장자리를 따라 앉는다. 발밑의 노란 꽃을 오래 바라보다가, 살짝 기울어진 귀로 바람의 방향을 읽는다. 홀씨 하나가 고양이수염을 스치고 지나가, 골목 모퉁이의 금으로 사라진다. 깜별이는 그 자리를 기억하는 표정이다. 사라진 것들의 경로를, 돌아오는 것들의 길을.


- 오늘 네가 흩뿌릴 아주 작은 씨앗 하나는 무엇일까?

이미지는 AI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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