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을 찾습니다.
우리는 좋은 글의 힘을 믿는다. 거창해서가 아니라, 아주 작아서 오래가는 힘. 스쳐 지나가던 하루의 빈틈을 문장 하나로 붙잡는 힘.
나는 잘 쓰려고 하기보다, 잘 기억하려고 쓴다. 기쁨은 빨리 바래고, 슬픔은 밤마다 말이 많다. 글은 그 둘을 앉히고 숨을 고르게 한다. 쉼표 하나, 줄 하나. 그렇게 덜 아프고, 더 선명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쓴다. 덜 지우고, 더 비춘다. 끝이 아니라, 다음을 위해.
십 년 전 작은 화면에서 시작한 마음이 벽으로 옮겨진다. 스크롤 대신 발걸음으로 읽는 전시. 흩어지던 말들이 종이에 닿아 무게를 갖는다. 문장이 모여 시간이 되고, 시간은 각자의 하루를 번역한다.
“단어 하나면 된다.
괜찮다.
수고했어.
오늘은 이만.”
글은 현실을 바꾸진 못해도, 지나가는 길은 바꾼다. 헛디디던 자리에 작은 발판을 놓는다. 글은 접착제가 아니라
“붙이기보다 비추기. 글은 틈으로 스며드는 빛에 가깝다.”
독자는 내 글을 읽고, 나는 독자의 문장을 읽었다. 왕복으로 건넨 말들 사이에 흔들림보다 오래가는 다정함이 생겼다. 그 다정함이 방향이 되어 우리를 조금씩 앞으로 밀었다.
오늘보다 덜 아프게, 어제보다 더 또렷하게.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오늘의 한 문장으로. 다 읽지 않아도 괜찮다. 한 문장만 가져가도 충분하다. 그 작은 불빛이 오늘 밤을 밝힐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흔들리지만, 흔들리기 때문에 쓴다.
잊지 않으려, 더 잘 살아보려, 서로에게 닿으려.
내일도 게시 버튼을 누를 것이다. 아주 작은 떨림과 함께. 그 떨림이 우리가 살아 있음을, 그리고 함께 읽고 있음을 증명하니까.
그리고 나는 안다. 한 줄의 말이 누군가의 하루를 겨우 건넌다는 걸. 돌아보면 별것 아니었던 문장이 어떤 이에겐 다리가 된다. 빠르게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 느리게 남는 숨을 하나 건네는 일. 그 숨이 다시 나에게 돌아와 계속 쓰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쓴다. 덜 지우고, 더 비춘다. 끝이 아니라, 다음을 위해. 그리고 그 다음마저, 다시 빛나게 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