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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고 다시,

끝없이 펼쳐지는 페이지 위에서

by nj쩡북

심어둔 씨앗이 고운 흙 속에서

제 갈 길을 찾으리라 믿었다.
바람은 그 소망의 조각들을 저 멀리 실어 가버렸다.
두 번째 문턱에서 잠시 숨을 고르라는 듯,

그렇게 멈춰 선 길.

아쉬움이 파문처럼 마음 위에 잔잔히 번진다.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어찌 아쉬운 마음 하나 없으랴.
애써 빛나는 노력을 기울였던 시간들은,
물 위를 흐르다 사라지는

수묵화처럼 희미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차오르던 아쉬움의 물결은

다시 고요해진다.
아직 채 피우지 못한 꽃잎들이 속삭이듯,

내 안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괜찮아, 이대로 끝은 아니잖아."
아니, 오히려 말해야 할까. "괜찮다."라고.

이 길 위에서 얻은 것은 결과물만이 아니었으니.
한 땀 한 땀 글씨를 써 내려가던 손끝의 감각,
한 문장 한 문장 다듬어 가던 숨결,
무엇보다 그 모든 시간들을 견뎌낸

나의 작고 여린 마음.
이것들은 그 어떤 심사 기준이나 외부의 평가로도 깎을 수 없는,
오직 나만이 지닌 소중한 자산임을 안다.

잠시 멈춰 선 이곳은, 좌절의 끝이 아니라
어쩌면 다음 풍경을 준비하는

고요한 모퉁이일지 모른다.
새로운 지도 위, 다시 펼쳐 들 꿈을 위한 여백.
다른 물줄기를 찾아 띄울 배는

또 어디서 기다리고 있을까.

고요한 숨을 내쉬고

다시 페이지를 넘길 준비를 한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또 다른 빛을 향해 걷는다.
밤하늘의 별들이 쉬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듯,
나의 도전 또한 끝없이 이어질 작은 우주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다시 한번 외칠 것이다.
'도전은 계속.'
이 마음의 여정은,

결코 멈추지 않을 미완의 노래처럼.



두 번째 도전에 함께 해주신 구독자님들 브런치작가님들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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