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인공지능회사 인턴

by 한톨

인공지능 회사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다. 인턴에서 합격한다고 해도 1개월밖에 일하지 못했기에 인턴을 뭣 하려 하는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며 인턴은 형식치레라고만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쓸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인공지능이 제대로 학습할 수 있도록 올바른 자료를 뽑는 일을 했다. “도구의 도구가 되고 말았군”하고 자조했을 만큼 어이없는 일이지만, 정말로 그런 일을 했다.


이미지를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아무 사진이나 학습하지 않는 듯하다. 인공지능이 인식하는 영역을 인간이 정해줘야 하고, 그 영역이 실제 모양과 다르면 데이터를 버려야 한다. 말하면 할수록 어이없는 일이다.

놀랍게도 정말 그런 일을 했다. 인공지능이 학습할 데이터를 고르는 일. 나름 부업으로 인기 있는 일인 듯하다. 그런 일을 회사에서 했다. 학교 강당처럼 넓은 공간에 컴퓨터로 줄을 세워 놓고 자리에 앉아 종일 그 작업을 한다. 퇴근은 6시에 맞춰하는데 지문을 찍고 나가야 해서 줄을 서야 한다. 그조차도 참 우스웠다.

인턴은 일주일 동안 했다. 인턴 동기는 일을 하다가 잠들어 팀장이 깨운 적도 있다. 나는 잠든 적도 없고 그냥 계속해서 일했다. 남들보다 속도가 느리다는 것만 빼면 그럭저럭 일을 잘 해냈다. 이상하리만치 나는 진도가 느렸다. 남들보다 매우 뒤처지는 건 아니지만 일을 그렇게 줬다. 남들은 하고 있는 다음 단계를 나에겐 주지 않았다. 마지막 날은 그냥 쉬었다.


퇴근하면 지하철이나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야 했다. 지하철은 타기 싫었다. 사람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대략 40분 걸리는 거리였다. 겨울이었고 바람은 차가웠지만 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깔려 있어 달리는 재미가 있었다.

한 번 빼곤 자전거를 타고 퇴근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맘속에 쌓여 있는 울분이 풀리지 않아 자전거를 타야만 하는 지경에 다다랐다. 9시부터 6시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 인공지능이 학습할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는 꼴이라니.


전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인턴까지만 했다. 회사는 나를 더 쓰지 않겠다고 했다. 메시지를 받고 놀라 함께 있던 동료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때 우리는 팔 차선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었고, 다 지나면 헤어지려고 했다. 동료는 시큰둥하게 자기는 합격했으며 다음 주에도 나간다고 했다. “그럼 다음 주에 봐요”라고 말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다신 볼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했고 정말로 그랬다.


자취방으로 돌아가려고 또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날씨가 유난히 추웠다. 그런데 더 추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영영 꺼져버리고 싶었다. 세상으로부터, 모든 것으로부터, 이런 무가치한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놈이구나, 하고 스스로를 깎아내렸다.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끔 애써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집에 다다랐다.


다시 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 일도 있다. 실은 나에게 일이란 그런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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