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백수로 한 달 살기

by 한톨

백수로 한 달 동안 지내며 느낀 것들을 이야기하겠다.


첫째로, 게을러진다. 해야 하는 일이 없다 보니까 끝도 없이 게을러진다. 원래 게으른 성격인데 더 게을러졌다. 그러다 보니까 둘째로, 무기력해진다. 움직일 이유가 없으니까 움직이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니까 더 움직이지 않게 된다. 움직이지 않으면 그만큼 에너지를 쓰지 않으니 무언가를 먹거나 하지 않고, 그럴수록 더 움직이지 않는다.

셋째로, 살이 찐다. 몸무게를 날마다 잰 게 아니라 정확한 수치인지는 모르지만, 입사할 때와 겨뤄 보면 지금은 6킬로그램이 더 쪘다. 회사 생활을 하며 찌운 몸무게가 더 빠질 일은 없어 보이고, 더 늘어가고 있다.

넷째로, 시간이 더디게 가지만 하루는 빠르게 지나간다. 괴롭다. 1분, 1분은 느리게 가는데 1시간은 빨리 가고, 1시간은 더디게 가는데 하루는 눈 깜짝하면 지나간다. 할 일이 없으니 빈둥거리고 있고, 그렇다고 무언가 그럴싸한 일을 하자니 할 만한 일은 없다. 사실 그럴싸한 일이라고 해봤자 돈 버는 일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다섯째로, 불안해진다. 앞날이 창창한데 벌어 놓은 돈은 없고 이렇다 할 경력도 없다. 그렇다 보니까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조바심이 생긴다. 조바심이 생긴다고 해서 일을 할 여력이 생기는 건 아니다. 그렇다 보니까 더 불안해지고, 그러면 그럴수록 더 무기력해지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경에 다다른다.


악순환을 거듭하다 보니 나에게 좋은 일을 해도 좋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해도 상쾌함이 오래가질 않는다. 아주 잠깐일 뿐. 가파른 절벽을 뛰어넘을 듯한 파도에 인 물결보다 더 하찮다. 그러다 보니까 나에게 좋은 일을 더 안 하게 된다.

그렇다면 회사를 다닐 때는 지금보다 나았을까? 사실 그건 잘 모르겠다. 회사를 다닐 때에도 출근과 퇴근을 비롯하여 회사일만 성실하게 했지 나를 열심히 가꾸었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애초에 그랬다면 몸무게가 늘어날 일도 없지 않았을까.


거짓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일하고 싶다. 어떤 일이든 하고 싶다. 그런데 그 일이 나에게 안정감을 줬으면 좋겠다. 기간제 근로자나 계약직이 아니라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다. 그 일을 하면서 다른 일 때문에 불안해지고 싶지 않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직장에서 또는 일을 해도 경력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직장에서 젊음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 처음부터 그럴 수 있을까. 만약에 내가 공부를 더 잘해서,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갈 능력이 있었다면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았을까.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남들보다 덜 노력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희망을 거두지 않는다. 꿈을 꾸지 못한다면, 인생은 시간일 뿐이다. 사람은 여러 가지 화학 물질로 이루어진 덩어리일 뿐이고, 사랑은 그저 유전자를 섞는 것의 연장선일 뿐이다.

내겐 꿈이 있다. 아주 하찮은 꿈일지라도 꿈이 있다면 사람은 달라질 수 있고 이룰 수 있다. 지금 내가 꾸는 꿈은 아주 작다. 열심히 일하고 그만한 대우를 받는 직장을 얻는 것. 그보다 더 큰 꿈도 있다. 작가가 되어 자아실현을 하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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