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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스크 환자의 나날 Mar 21. 2024

책과 어린, 그리고 나 3

그냥 쓰는 나


  이렇게 거짓말 아닌 거짓말이 들킨 뒤로는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내 글의 문제를 생각하며 다시 쓰기도 하고, 책을 좀 더 가열하게 읽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필사해보기도 하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작법서를 읽기 시작했다. 지금에서야 생각하지만 독서는, 책을 읽는 것은 정말 많은 글과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있기에 마음과 몸과 머리가 여유가 있어야 잘 읽히고 더욱 와닿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 당시 읽었던 책들이 어떤 느낌과 내용이었는지 도통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수업 시간에 갔을 때 그 누나는 기억하기론 사과의 의미로 초콜렛? 아니면 밤양갱을 줬었다. 화해의 선물을 받았지만 나의 복수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내가 저 사람보단 잘 써야겠다고 다짐하며 꼬박꼬박 정시에 맞춰 학원에 등원하며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생각하고 빠르게 쓰려 노력했다. 다른 사람들은 드디어 저 아이가 장난을 안치나 보다 했겠지만 나는 분노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말도 안 하며 까칠하게 굴지 않으려고 부단 활기찬 모습도 보였다. 그때는 어렸을 때만큼 무언가에 쫓기며 의무감으로 책을 읽었고 썼기에 무언가 글 싸는 기계가 되는 기분이었다. 최대한 간결하게 쓰려하던 노력보다 주야장천 길게 쓰며 속으로는 잘 와닿지 않는 단어를 배치하기도 했다.


 이 학원은 2주였는지 1주였는지 정해진 기간마다 정해진 양만큼 글을 써서 선생님과 함께 돌려 읽으며 품평을 받는 시스템이었는데, 대부분 고학년의, 글쓰기 대회 입상 능력자들이 좋은 점수를 받았고 (이 형, 누나들은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정도 계속 글을 쓰며 대회에 나간 사람들이었다.) 나는 중하위권이었다.

 분노도 슬슬 지쳐갈 즈음 드디어, 나는 항시 1등만 하던 고3 누나 다음으로 학원에서 그 주 2등을 차지했다. 드디어 글을 써서, 나를 부끄럽게 하였던 사람에게 치기 어린 복수가 통한 것이었다. 여러모로 했던 노력들도 눈에 보이지 않고, 슬슬 지쳐갈 때즈음 이기도 해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지금까지 그 정도 통쾌함을 느낀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때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

 "이제 1년 정도 조금만 더 가다듬고, 대회 나가면 이제 상 타고 대학도 갈 수 있겠다."


 무슨 정신인진 모르겠는데 그 말을 듣고 다음부터 학원을 안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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