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副詞)로 엮은 봄의 해례본

by 박숙경


부사(副詞)로 엮은 봄의 해례본

박숙경



겨울이 마지막 시접을 접어 공그르기를 끝내면
혓바닥 밑에서 아늘거리던 말문이 트인다

채널마다 매화 만발

그 꽃 다 지면 무슨 재미로
그러다가 살구꽃 피고 지고
또 그러다가 명자나무 넌지시 부풀 텐데
아마도 서부해당화 옥매화 손잡고 번질 텐데
봄의 해례본이 만장일치로 펼쳐질 텐데

설마 분홍,
제발 분홍,
아무쪼록 분홍, 분홍
실로 그렇게, 그럼에도 불구한 꽃 기별이 오갈 터

돌 틈마다 사이 사이의 감정들이 무릎 꿇고 풀꽃 편지를 쓸
텐데

지금은
야행성을 가다듬고 발치에 누워 갸릉거리는 고양이의 얄미
운 시간이거늘
밑줄 그어진 한 행의 서정시이거늘

사실 그대로 아주 수식(修飾)의 봄밤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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