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경
한 차례 소나기가
풀벌레의 언어를 잔뜩 풀어놓았다
그 세계의 말은 다정하기도 해서
오갈 데 없는 고요의 행간에 쉽게 닿는다
자정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꿈꾸기에 알맞은 시간
바람 없는 밤
오래전 생각을 앞질러 걸어도 되는 밤
모처럼 근심 없이 머루가 영글어도 되는 밤
문득, 속눈썹 사이로 별 하나 반짝인다
액정 속에서 흐르고 있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