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by 박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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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경



한 차례 소나기가

풀벌레의 언어를 잔뜩 풀어놓았다


그 세계의 말은 다정하기도 해서

오갈 데 없는 고요의 행간에 쉽게 닿는다


자정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꿈꾸기에 알맞은 시간


바람 없는 밤

오래전 생각을 앞질러 걸어도 되는 밤

모처럼 근심 없이 머루가 영글어도 되는 밤


문득, 속눈썹 사이로 별 하나 반짝인다


액정 속에서 흐르고 있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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