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사다
먼저 모가지 잘려 축 늘어진 마가렛에 필요한 건 물이죠
간신히 잠든 나를 깨워 거실로 데려간 고양이
목소리만으로도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야 해요
오줌이나 똥 싼 걸 치워달라는 말일 수도 있어요
마른밥을 먼저 줘보고 관심이 없으면 물을 부어봐야 해요 그래도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땐 물을 버리고 젖은 밥을 줘보는 거죠 아! 요즘은 싱크대 올라가서 물을 틀어달라네요 물 마시는 방법을 새로 개발했나 봐요 물을 다 먹을 때까지 서서 지켜봐 주는 일이 하나 더 생겼어요 나이 든 고양이를 살리는 방법이에요
가끔은 그래요
내가 시를 읽다가 관두면 나머진 고양이가 읽기도 하고 아예 시집을 베고 누워 외우기도 해요 잠시 쉬는 사이 자판에 올라서거나 밟고 지나가기도 해요 새로운 문자가 탄생하거나 간신히 써 놓은 몇 줄의 시가 날아가 버리죠
이럴 땐 엄마는 팔불출이라는 말이 어울려요
췌장염을 앓는 고양이가 토하는 걸 알아차리는 방법은 간단해요
강아지를 보고 있으면 곧 토할 거라는 걸 행동으로 알려줘요
그러면 얼른 고양이를 안고 거실로 나가야 이불 위에 토하는 걸 막을 수가 있어요
여름은 그래요
스콜처럼 국지적 호우처럼 비가 왔다가 갔다가 해요
바람 없는 날의 여름밤은 견디기 힘들어 오래된 선풍기로 바람을 만들어요
물 먹은 마가렛이 고개를 쳐들고 빤히 보네요
물의 힘을 믿기로 하면 강아지 털이 자라나요
털을 볼 때마다 내가 더워져 털을 없앨 방법을 생각하다 보면 여름은 더 여름에 가까워져 있어요
인공적인 바람과 자정이 손을 잡으면 어제와 어둠이 함께 흔들려요
예약된 시간을 늘려야겠어요
바람이 자꾸 나를 피해 다녀요 밤은 그런 것 같아요
고양이 발자국 소리를 강아지가 따라다니고 나는 그 발자국을 또 따라다니고 그러다 잠과는 거리가 멀어져요
앞으로 우리 초롱이 이야기를 많이 할 거예요 한동안 마음 아파서 꺼내지 못한 초롱이와의 18년 동안의 이야기
우리 가을이예요 정확한 나이는알 수 없지만 함께 산 지 10년이 넘었어요
*브런치를 처음하다 보니 두서 없이 엉망진창으로 한 것 같다. 아르코 선정 작품과 우리 초롱이, 가을이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올리고 그 다음 여행 일기와 두 권의 시집 속의 시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결국엔 두루뭉술한 이야기가 될 것 같지만 열심히 써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