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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 Nov 07. 2023

탈린 입성기

중세 도시의 매력

2023년 11월 6일 (월) 오전 5시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를 뒤로하고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으로 왔다. 플릭스버스틀 통해 예매했다. 비용은 우리 돈으로 22,000 원이다. 시간은 4시간 반 정도 걸린다. 도로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아 한국의 경우  두 시간 반이면 도착할 거리다. 고속도로를 달리는가 했더니 이내 우리의 국도 같은 곳으로 들어서 속도가 많이 줄어든다.  버스에 화장실이 있어 휴게소는 정차하지 않는다.  에스토니아 국경을 넘자마자 유럽유심이 장착된 핸드폰에서 “웰컴 투 에스토니아”라는 환영문자가 도착한다. 통신사가 전환되기에 바로 아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버스가 멈추고 경찰이 올라탄다.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 든다 해도 최소의 절차는 있는 모양이다. 여권과 목적지, 일정을 확인한다.  40분을 더 달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바로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미리 e-티켓을 구매해 두었다. 이곳 발트 3국은 전부 금액이 아니라 시간단위로 티켓을 발권한다. 내가 경험한 바는 그러했는데 금액단위의 티켓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1시간, 하루, 3일,  한 달 이런 식이다. 라트비아는 자판기가 있었고 에스토니아는 앱으로 가능했다. (pilet.ee). 별 무리 없이 숙소에 도착했다. 이제  이 정도는 어렵지 않을 정도로 많이 익숙해졌다.



북유럽의 해는 짧다. 네 시쯤 되자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식사를 해결하고 카메라를 들고 거리 탐색에 나선다. 마트, 가볼 만한 식당, 관광 명소 등을 중심으로 파악한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누어진다.  신시가지는 빌딩과 조명이 화려하고 도로에 차가 가득하다. 구시가는 오래된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건물의 조명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한다. 높은 첨탑도 보인다. 길은 벽돌 형태의 돌들이 가득 박혀있다. 차들이 다니기에는 불편하다. 중세의 도로 그대로이다.


오후 4시 많이 어둡다.   중세의 어느 장인이 깔아놓은 돌들.


탈린의  골목길을 걷는다.  벌써 5시. 조명이 켜지고 그윽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빌뉴스나 리가보다 훨씬 더 집중된 형태의 도시다. 랜드마크 같은 높은 첨탑을 목표로 잡고 걸어가다 보니 오르막과 계단이 나타나고 높은 성벽이 보인다. 정상으로 올라갔다.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밤이라 도시의 규모는 잘 확인이 안 된다.  중심가 건물들 1층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의류매장 등이 입점해 있다.

야경사진이 일품. 도시 성곽이 곳곳에. 남아 있다



두 시간에 걸쳐 구시가지를 한 바퀴 돌았다. 내일 낮 환할 때 한 번 더 돌면서 제대로 봐야겠다.



다음날 아침 마트를 찾았다. 미리 사야 할 목록을 정했다. 제대로 장을 보기로 했다. 두 군데의 마트를 면서 장을 봤다. 일주일 정도 체류할 예정이라서 적당한 선에서 식자재를 샀다. 말할 것도 없이 외식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한 번 외식할 가격이다, 장기여행을 하려면  필수적인 과정이다.  점심은 감자와 계란을 삶아서 으깬 다음 마요네즈와 설탕을 넣고 버무린 요리이다. 앞으로 자주 해 먹을 예정이다. 감자가 많이 싸다.

36.000원어치 장보기


식사를 마치고 다시 시내 관광을 나선다. 어제 간 곳을 다시 가 확인했다. 발트해가 한눈에 보이고 헬싱키로 가는 크루즈도 보인다. 94년 발트해를 건너던 에스토니아 배가 침몰해 거의 900여 명이 사망한 대참사가 있었다고 한다. 추모비도 세워져 있어 가 봤는데 그 이후 배의 시설 기준이 매우 엄격하게 강화되었다고 했다.  이건 바드가 알려준 내용이다. ( 시사상식이나 번역은 진짜 잘함). 탈린 시내관광은 도보관광이다. 많이 걸을 생각을 해야 한다. 카페분위기를 좋아하면 들어가도 좋고 곳곳에 벤치가 있으니 아서 쉬기도 편하다.


탈린은 빌뉴스나 리가보다 훨씬 보존이 잘 되어 있다. 그 이유는 탈린이 서울처럼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성곽을 잘 지었고 오늘날까지 많은 성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도시의 경계가 확실해서 보존하기가 편하지 않았을까?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과 도시 전경

발트해와 크루즈



바드가 알려주는 탈린의 역사는


1기 ;  기원전 1000년부터 13세기까지 외부침략에 맞서 언덕에 몰려 살며 성을 쌓았고


2기:  13세기부터 18세기까지 덴마크, 러시아, 스웨덴의 침략과 지배를 받으며 무역중심지로 자리   잡는다. 역시 지정학적 위치가 중요하다. 탈린의 위치를 보면 발트해 무역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3기 :19세기 20세기   독일의 지배와 구소련의 지배와 독립



그래서 15세기부터 쌓아놓은 성곽이나 건물들이 꽤 많이 남아 있다.  외부의 침략에 맞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성을 쌓고 도시를 만들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전쟁을 거치며 무너진 건물들이 있는데 다 복원시켰다고 한다. 지금도 도시 곳곳에서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원형대로 복원 중인 건물들


계속 연결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앞에 웅장한 성당이 나타난다. 한참을 서서 바라보다 다시 골목길로 접어들어 걷다 보니 갑자기 앞이 확 트이면서 엄청나게 넓은 광장이 나타난다. 이 광장이 아주 매력적이다. 그 한 면을 압도적인 크기의 건물이 차지하고 있는데 시청이다.  14세기에 지어진 고딕양식의 건물이며 첨탑이 아주 인상적이다. 사방의 건물들은 모두 카페나 레스토랑, 옷가게들이 입점해 있다. 운치가 있다. 광장에 오랫동안 머물며 오가는 사람들을 살폈다. 관광객들이 아주 많다. 배낭을 메고, 사진을 찍으며 지도를 들고 길을 찾는다. 매력적인 도시다.


네브스키 대성당과  광장의 시청건물

광장 주변에 앉아 오랫동안 감상했다


호스텔에도 사람들이 넘친다. 내가 있는 호스텔도 끊임없이 새로 들어오고 떠나간다.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다 다르다. 내가 몰랐던 세계이다. 이게 유럽의 장점이기도 한 것 같다. 마음껏 국경을 넘나들며 낯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을 경험한다. 반도국가 대한민국은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올 수 있는 곳이다.



길을 가다 우연히 ‘스파’라고 쓰인 큰 건물을 만났다. 검색해 보니 스포츠센터인데 수영장이 있다는 말이 눈이 확 들어왔다. 아침 운동을 못한 지 20여 일  많이 걸어서 다리 근육은 튼튼해졌는데 전체적으로 몸이 많이 굳어 버렸다. 특히 자고 나면 목주변이 계속 결린다. 냉큼 들어가 안 되는 언어로 등록가능여부를 물었다.  외국인은 하루 티켓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냥 1회권을 사면 된다. 가격은 10.5유로. 아침 6시 30분부터 문을 연다고 한다. 내일 오겠다고 약속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수영복은 미리 챙겨 왔다. 거리도 5분 거리다. 매일 갈 수는 없지만 있는 동안 2-3 일에 한 번은 가기로 마음먹었다.

첫날과 둘째 날 탈린 구 시가지 탐방을 마쳤다. 내일은 좀 더 멀리 나가볼 생각이다. 항구로  가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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