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두려운 너에게

by 꿈킹맘 에이미
'나는 너의 밤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시꺼먼 모습일까?'

아들은 8시만 넘으면 계속 시간을 물어오곤 한다.

"엄마 몇 시예요? 정확하게 말해주세요."

"어 지금 8시 5분!"

"엄마 1분도 틀리지 않게 말해줘야 해요!!!"

그리고 5분이나 10분 정도의 텀을 두고 아들은 시간을 체크한다.

바로 8시 30분이 그의 샤워시간이다. 그리고 그는 9시가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든다. 아들은 잠에 대한 강박이 좀 생겼다. 이유인 즉, 시각장애를 가진 아들 소망이는 눈을 감으나 눈을 뜨나 온 세상이 그냥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인데, 잠을 자려고 누워서 잠이 들면 자기는 똑같은 상태에서 생각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두렵다고 한다. 그리고 무서운 꿈을 꾸는 것도....

사실 이렇게 자신이 자꾸 그 시간에 자려고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그리고 그는 그 시간을 지키지 못했을 때 정말 많이 울어대면서 우리 가족을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 설명을 듣고, 정안인인 우리는 잠을 잘 때 눈을 감는 행위로써 세상을 보던 것을 차단하고 쉼으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이미 세상이 보이지 않는 그에게는 나의 생각을 끊어버리는 것이 잠으로 다가온 것 같아 그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게 되었다.


예전에 부모교육을 받으면서 시각장애인들 특히, 전맹은 수면 장애로 밤낮이 바뀌어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6개월, 혹은 몇 개월 간격으로 그 수면 패턴이 변해서 힘들어한다고,,, 빛을 감지하지 못해서 낮과 밤 구분이 힘들면 그럴 수 있다고 들었던 것을 기억 저편에서 찾아냈다. 사실 아들이 너문 강박적으로 초1 중반부터 8시 30분에 씻고 바로 자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이해가 가지 않았고, 왜 그럴까? 무엇이 문제일까 혼자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문뜩 부모교육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맞아... 그때 그런 말을 들으면서 소망이가 낮 밤이 바뀌면 어쩌지 했었는데... 낮인지 밤인지 구분 못해서 올빼미 족이 되면 어쩌지? 그래서 그게 아들에게 힘들게 작용하면 어쩌지? 하면서 미리부터 걱정하던 병이 도졌던 그날이 떠올랐다. 어쩌면 강박적이지만 그래도 두려운 잠을 제 때에 잘 자려고 노력하는 아이의 행동에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 생각이 여러 가지로 든다.


이 '8시 30분 신데렐라 증세'는 우리가 어딜 가든... 8시 30분에 씻고 잘 수 있게 집에 돌아오게 만들었다. 놀러 가도 걱정은 8시 30분에 잠들 수 있느냐였다. 그래도 9살이 된 소망이는 예전처럼 그것을 못 지킬 것 같은 순간에 1시간이 넘도록 꺼이꺼이 바닥을 뒹굴며 울어대진 않는다. 짧게 울더라고 다시 정신이 차려지면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하고, 그땐 잠자는 시간을 놓쳐서 잠이 안 들까 봐 걱정되어 울었으나 생각해 보니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들의 갑작스럽게 울어재끼는 소망이의 요란한 모습의 단편을 마주하는 주변 사람들은 때론 이게 왠일이야? 부모가 너무 허용적인 거 아니야? 애한테 너무 질질 끌려다니는 거 아니야? 훈수를 둘지도 모른다....(마음속의 훈수라면 다행이다... 때론 직접적으로 애가 울고 있는 상황에서 이럴 땐 이렇게 해라... 이건 아니다 하고 얘기하면... 참으로 당혹스럽다.) 그럴 땐 할 말이 많지만 머 말을 아끼는 수밖엔 없다. 내 모든 상황을 가족일지라도 다 이해해 주긴 힘들 수 있는데, 그냥 나와 소망이를 어느 정도 아는 누군가가 모두 이해해 주긴 힘들 테니까... 그리고 내가 그것을 모두 이해시키면서 살아갈 수도 없는 거니까... 때론 그냥 너무 허용적이고 양육방식에 대한 뒷얘길 들어도 그냥 나는 내 길을 가련다! 하는 좀 단단한 마음도 필요한 것을... 아직도 배우고 있다.

나도 느리게 배워가는 시각장애를 키우는 9살 엄마이자 비장애인 누나를 키우는 12살 엄마이다. 자녀를 인간다운 인간으로 키워낸다는 것! 참으로 고되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인간답지 못한 내 자신을 발견하면서 나부터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야지 라는 반성을 하면서 그렇게 나는 오늘도 느리게 성장해 간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보단 잘 자라고 있는 거 같으니 그래도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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