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인 스웨덴(feat.치기공사)
내가 일하게 된 치과기공소는 노르보텐 주에 소속된 주립 기공소다.
스웨덴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개인이 운영하는 기공소의 숫자가 훨씬 많긴 하지만 각 주마다 기공소를 두고 주에서 운영하는 치과(Folk Tandvård; 폴크탄드보드)의 오더를 수행한다.
4층 높이의 건물은 대부분 치과 진료실로 채워져 있고 2층 한편에 기공소가 자리하고 있다. 창문 너머로는 알록달록 단풍 진 숲과 빛나는 바다가 어우러져 눈이 부셨다. 참 예쁜 날이었다. 날씨도 사람도 기분도 모든 게 나의 첫날을 축하하듯 구석구석 빠짐없이 행복했다. 셰프를 따라다니며 건물 내부를 익히고 출퇴근에 필요한 열쇠와 비밀번호를 받고 계약서도 썼다. 계약서는 a4 한 장으로 짧고 필요한 사항만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정확한 나의 포지션은 이랬다.
대체근무자, 6개월, 근무조건 100%
피카타임에 카페테리아에서 환영식이 열렸다.
한국에서는 환영식과 송별회를 퇴근 후 자리를 잡아 거하게 하지만 스웨덴에선 모든 게 근무 시간 안에 이루어진다. 회사에서 지불하는 비용 역시 다과 정도의 적은 금액이다. 칠판에는 나의 첫 출근을 환영해 주는 글귀들이 채워져 있었고 주문한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며 처음으로 동료들과 마주 앉았다.
나를 포함해 16 명이었다. 나의 팀 리더 마리안, 같은 부서의 오마르, 베라 그리고 학교 친구이자 동료가 된 스테이시. 덴쳐 파트의 카리나, 세실리아, 이다, 요세핀, 캐드캠 파트의 말린, 프리다, 빅토리아, 파스티프로테틱의 옌니와 안토니오, 리셉션의 린다와 카밀라.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뭐.. 익숙하다. 그게 스웨덴 사람들이다. 특히 북부 사람들은 부끄럼이 많고 나서길 좋아하지 않는다. 친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말을 걸면 대답만큼은 잘해준다. 서서히 알아가면 될 테니 그때까지 이 어색함도 즐겨보기로 했다.
이후 시작된 찐 직장생활 1일 차.
내가 맡게 된 일은 교정파트에서 스플린트를 제작하는 일이다. 팀 리더인 마리안은 40년 넘게 기공사로 일한 베테랑이었고 그녀에게 첫 일을 부여받았다. 캐드로 제작된 스플린트를 깎고 다듬고 연마해서 환자의 교합에 맞게 만드는 일이었다. 난생처음 하는 일이 잘 될 리도 없었고 잘 할리도 없었지만 순간순간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해내야 했기에 열심히 묻고 또 물었다. 5분마다 한 번씩 질문해 가면서 4시간 만에 어찌어찌 한 개를 완성했다. 완성품에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된 스탬프를 찍고 사인을 하면서 제발 되돌아오지 않기를 빌었다. 삭신이 쑤셨다. 이렇게 하루가 지났다.
설레기도 무섭기도 힘들기도 재밌기도 했던 첫날.
나 정말 잘하고 싶다. 잘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