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여름이었다.
햇빛도, 마음도 쉽게 타오르던 시절.
처음 그를 봤을 때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일순간,
주변이 멈춘 듯 했다.
그는
그저 걷고 있었을 뿐인데
내가 기억할 이유는 충분했다.
우리는 새벽이 다 가도록
말을 나눴다.
해가 떠오를 무렵,
시간이 더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를
오래도록 바라봤다.
그날 이후,
나는 한 달을 혼자 앓았다.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이 향했지만
조심스러워 망설였다.
결국 용기 내어
짧은 메시지를 전했다.
"보고 싶어."
그 말이 문이 되어
우리는 꼬박 여섯 달을
서로의 곁에서 맴돌았다.
사랑이었지만
우정이라 말했고,
내 마음이 새어나가면
이 시간이 다할 것 같다는 예감에
입술 끝에서 자꾸만 말을 삼켰다.
그렇게 계절이 지나갔다.
잊은 줄 알았던 그 사람은
가끔 꿈에 나타난다.
그럴 때면
아무 이유 없이 하루가 흐릿하다.
지하철 창밖이 괜히 아득하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낯익은 계절이 돌아오는 것 같다.
잘 지내고 있을까.
아주 가끔
그 여름의 우리를
떠올리는 순간이, 그에게도 있을까.
나만 이렇게
그 여름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