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탄소·이산화질소 유발하는 가스레인지
주방의 필수품 가스레인지가 이제는 ‘위험의 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가스레인지 불을 켜는 순간 공기 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 확산되고, 그 안에는 일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가 포함돼 있다. 냄새가 약하고 후드를 켜도 빠르게 사라지지 않아 대부분은 인식하지 못한다.
지난 8월 강상욱 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유튜브 채널 ‘의사친’에 출연해 “가스레인지를 켜는 것만으로도 유해물질이 발생한다”며 “미국 화학협회가 공식적으로 전기레인지를 권장할 정도로 위험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주방 환경 문제를 공공위생 영역으로 보고, 가스레인지 사용 제한 움직임이 확산 중이다.
가스레인지가 내뿜는 오염물질의 농도는 단시간에도 높게 측정된다. 강 교수는 “일산화탄소 측정기로 재보면 경보음이 울릴 정도”라고 말했다. 후드를 켠 상태에서도 일정량은 그대로 들이마시게 되며, 실내에서 문과 창문을 닫은 채 조리하면 위험이 더 커진다. 그는 “후드를 켜더라도 공기 흐름이 막혀 있으면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가능하면 최소 두 곳 이상을 열어 환기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스레인지의 주연료는 메탄가스다. 연소 과정에서 산소가 부족하면 일산화탄소가 생긴다. 이 물질은 무색무취라 눈으로 구분하기 어렵고, 환기가 충분하지 않으면 주방에 머무른다. 강 교수는 “주방이 개방돼 있어 치사량에 이를 정도는 아니지만, 장기간 노출되면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가 언급한 또 다른 문제는 ‘이산화질소’다. 불꽃 온도가 800~1300도에 달하는 상황에서 공기 중의 산소와 질소가 결합해 발생한다. 강 교수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다를 바 없는 물질을 매일 들이마시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실제로 국내 급식 종사자 10명을 대상으로 한 폐 검사에서 3명 이상이 폐 이상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하루 8시간 이상 가스레인지 앞에 서는 이들이었다.
강 교수는 “특히 비흡연 여성 중 폐 질환을 앓는 비율이 높은데, 그중 상당수가 주방에서 장시간 조리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가스레인지와 전기레인지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 가스레인지가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전자파를 맞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전기레인지는 불꽃이 발생하지 않아 연소가 일어나지 않는다. 즉, 공기 중 산소와 질소의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이산화질소가 생기지 않는다. 다만, 전자파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해 교체를 망설이는 사람도 많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전자파보다 무서운 건 불완전 연소”라고 말했다.
전기레인지의 교체 비용이 높고, 조리 특성상 불을 직접 사용해야 하는 업종에서는 현실적으로 대체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강 교수는 “기기를 바로 바꾸기 힘들다면, 환기만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창문을 한쪽만 열면, 공기 흐름이 생기지 않아 효과가 없다. 맞은편 창이나 문까지 열어야 공기가 순환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화학협회는 2017년 실험을 통해 가스레인지에서 유해물질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결과 “전기레인지로 교체하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이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가스레인지 신규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 중이다. 현재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며, 법안이 통과되면 캘리포니아와 뉴욕에서는 가스레인지를 판매하거나 설치할 수 없게 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지 않았다. 정부 차원의 대기질 기준이나 가정용 가스레인지 실내 배출량 기준도 미비하다. 가스 사용을 완전히 줄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책 논의조차 지연되고 있다. 다만,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 급식소에 전기 조리기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