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경영연구소 발간 리포트
KB 경영연구소에서 2024 한국 1인가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전국 1인 생활 기간 6개월 이상의 경제활동을 하는 25~59세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분석한 리포트다.
나도 1인가구 생활 중이기도 하고, 기획자인 만큼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는 부분을 빠르게 캐치하면 좋기 때문에 보고서를 읽으며 내용을 정리 중이다. 이해와 기억을 위한 글.
https://www.kbfg.com/kbresearch/report/reportView.do?reportId=2000512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한국 1인가구는 783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5.5%를 차지했다. 2050년에는 이 비율이 약 42% 정도로 확대되며, 다섯 집 중 두 집이 1인가구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이미 1인가구는 한국의 주요한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고, 1인가구의 영향력과 중요성이 확대되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당연한 일이다.
2024년 한국의 1인가구는 경제적 측면에서 뚜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부업과 앱테크(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경제 활동)의 증가가 눈에 띈다. ('22 22.2% → '24 42.1%)
이전 대비 앱테크 이용률이 크게 증가한 것은 1인가구의 생존 전략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소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앱테크를 통한 추가 소득 창출은 단순한 부수입을 넘어 많은 의미를 가진다.
경제적 불안정성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자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강화하려는 노력이거나, 부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채널이 다각화되고 접근 장벽이 낮아진 것이 이유라고 생각한다. 앱테크를 통해 소액이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꾸준히 창출함으로써, 불확실한 경제와 심리 상황 속에서 생존 전략을 다각화하기 위함이 아닐까?
[시나리오]
30대 초반 직장인 이 씨는 본업 외에도 각종 알바를 통해 부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평일에 퇴근길엔 쏘카 핸들러로 활동하며 차를 반납하고, 주말에는 배달의민족을 활용해서 추가 소득을 창출한다. 이 씨는 이를 통해 매달 생활비와 저축을 충당하고 있다. 또한 이 씨는 이러한 부업 활동이 경제적 불안감을 줄이고, 생계유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주거 형태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월세로 거주하는 1인가구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22 36.2% → '24 45.1%). 지난 조사 결과에 비해 '월세' 비중은 8.9%p 증가한 반면, '자가'(-6.2%p), '전세'(-2.1%p) 비중이 감소했다.
이는 주거비 부담 증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가나 전세를 선택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많은 1인가구가 월세를 선택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특히 젊은 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전세사기, 인상된 금리 등 여러 불안 요소가 겹친 것도 원인일 것이다.
이는 젊은 1인가구에게 '안정된 주거 환경'이 점점 더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거비 부담은 1인가구의 전체적인 생활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특히 청년층의 경우 주거비 문제로 인해 다른 생활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향후 주거 지원 정책이나 청년층의 주거 안정성 강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중요한 이유가 된다.
[시나리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상경해서 첫 직장을 구한 20대 김 씨는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청년 대출이 지원되는 전셋집 물량이 없거나 전세사기에 의한 불안감이 월세를 구한 이유다. 월세를 내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업을 고려하고 있다.
금융 자산 관리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인가구는 예·적금과 같은 안전한 금융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주식이나 펀드와 같은 고위험 자산에 대한 불안감도 있겠지만, 22년에 비해 24년까지 금리가 쭉 인상된 게 큰 이유일 것이다.
[시나리오]
40대 자영업자 최 씨는 팬데믹 이후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 대신 예·적금을 선택했다. 그는 매달 일정 금액을 예금에 넣어두고,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 씨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자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위험이 낮은 예·적금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1인가구가 겪고 있는 주요 애로사항에는 경제적 문제, 사회적 고립, 그리고 건강 관리의 어려움이 포함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1인가구는 '건강한 식습관 관리 실패'와 '건강 관리의 어려움'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위 두 사항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가령, 외식이나 배달 음식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은 식습관 관리, 건강 관리에 모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두 이유가 아주 잘 공감된다. 1인가구 생활을 하면 가장 힘든 것은 '밥을 잘 챙겨 먹는 것'이다. 집에 혼자 있으면 반찬을 만들어 먹기 귀찮고, 번거롭고. 설거지 등으로 인해 퇴근하고 돌아와서 다시 일하는 느낌이 드는 상황이 괴로운 것이다.
[시나리오]
20대 후반 회사원 최 씨는 아침 7시 반에 집을 나서고 저녁 8시쯤 돌아온다. 밥을 먹자니 운동 가기 애매한 시간이고, 운동을 다녀오자니 밥 먹을 시간이 애매하다. 고민하던 최 씨는 결국 오늘도 운동을 포기하고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 사실 혼자 먹는 게 그리 맛있는 건 아니다. 새로운 자극을 찾기 위해서 먹기보단, 혼자 밥을 차려 먹는 게 번거로우니 적당히 좋아하는 음식으로 배달시킨 것뿐이다. 결국 건강한 식사도, 운동도 포기한 최 씨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여러 걱정에 휩싸인다.
결론적으로 리포트를 보면 2024년 한국의 1인가구는 경제적, 주거적, 그리고 생활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업과 앱테크를 통한 소득 보충, 월세 증가, 예·적금 선호 성향은 현대 1인가구의 특징, 직면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기획자라면 혹은 시장에서 어떤 기회를 보고 있다면 앞으로 이러한 변화들이 1인가구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인가구는 경제적 불안정성에 대응하며,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고,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적응하고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런 내용을 보고 넘어가기보다, 어떤 점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는지. 혹은 고객이나 사용자에게 어떻게 더 공감되게 접근할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