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같은 4월이 지나고
1. 사업 리더 워크숍 후기
2. 태풍이 몰아치다.
3. 다시 한 번, 제품 연동
1. 사업 리더 워크숍 후
25년 3월 회고를 마친 직후, 회사의 ‘사업 리더 워크숍’에 참여했다. 국내 법인의 사업 파트부터 해외 법인까지, 사업과 세일즈 전반을 책임지는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였다.
총수와 경영위원, 그리고 각 사업 리더가 3박 4일간 머리를 맞댄 이 워크숍은 단순한 1분기 성과 공유 자리가 아니었다. 어떻게 조직 간 시너지를 만들고, 실험을 확장하며, 현장에 돌아가 실행 가능한 전략을 도출한다는 근본적인 질문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내가 속한 조에는 회사에서 서비스하는 국내 HR 솔루션의 책임 리더들이 모였다. 최전선에서 고객을 만나는 영업 리더부터, 제품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담당자까지. 이상적인 그림과 현실적인 제약 사이에서, 실행 가능한 전략과 조직 체계를 함께 설계해 나가는 경험이 인상 깊었다.
전략을 설계하고, 발표 자료를 만들기 위해 새벽까지 이어진 논의는 분명 피곤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무게 있는 책임을 지고 성과를 이뤄낸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정신적으로 많이 고양됐다.)
혼자 시장을 분석하고, 전략을 고민하던 때와 달리 서로 다른 위치에서 축적해 온 경험들이 모였을 때, 비로소 실행력을 갖춘 전략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했다.
2. 태풍이 몰아치다.
사업 리더 워크숍이 끝난 직후, 조직에 거센 변화가 닥쳤다. 1분기를 마무리하고 2분기를 시작하며 전사 전략이 재정비됐고, 그에 따라 조직 체계도 대대적으로 재편됐다. 마치 큰 태풍이 지나간 듯, 많은 구성원들이 자리와 역할의 변화를 마주해야 했다.
나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경영전략실에서 조직 운영을 경험할지, 제품팀에 합류해 개선을 주도할지, 아니면 기존에 운영하던 플랫폼을 계속 책임질지. 다양한 옵션이 주어졌지만, 나는 결국 플랫폼을 선택했다. 흔들리는 시기일수록 내가 믿는 방향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재 운영 중인 플랫폼에서 내가 그리고 싶은 성과와 보고 싶은 상이 있다는 점. 나는 지금 플랫폼이 단순히 리드를 생성하는 역할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확보한 리드의 품질을 검증하고 전환율을 높이는 SDR(Sales Development Representative) 기능까지 플랫폼에서 함께 수행됐으면 한다. 더 나아가 기존 고객의 계약 유지율까지 책임지는, 데이터 기반의 고객 전환·유지 허브로 발전하는 게 제품과 조직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개의 B2B SaaS를 통합해 제공하는 이 플랫폼만의 고유한 개성이 더 선명해지길 바란다.
이런 변화의 와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지켜본 건 조직이 불확실성 앞에서 보이는 반응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결정들이 쏟아지고, 익숙했던 구조가 흔들릴 때 구성원들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어떤 이는 빠르게 적응했고, 어떤 이는 방향을 다시 묻기도 했다.
이 시간을 지나며 느낀 건, 조직의 회복 탄력성은 각자의 선택과 판단이 엮이면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외풍이 거셀수록 내가 어디에 서 있고, 무엇을 중심에 둘 지에 대한 고민은 더욱 명확해지는 것 같다. 조직의 체질이 변해야 될 때가 있는데, 그때는 가끔 이런 충격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3. 다시 한 번, 제품 연동
4월에는 내가 속한 팀에서 운영 중인 플랫폼 에이치닷과 깊게 결합된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새롭게 꾸려진 TF 팀에서 출시를 준비하는 신규 제품이 별도의 회원 계정을 만들지 않고, 에이치닷의 기존 계정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정하며, 이에 따라 에이치닷에서도 연계 개발해야 하는 작업이 발생한 것.
이 선택에는 몇 가지 전략적인 배경이 있다:
계정·인증 시스템 개발 공수를 줄이고,
향후 ISMS 같은 보안 대응도 한곳에 집중시킬 수 있으며,
플랫폼 기반 제품 운영이라는 큰 틀에서 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계정 공유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작업의 중심은 ‘사용자 경험을 시스템적으로 통합하는 일’이었다. 개인정보 처리방침, 서비스 이용약관 같은 기본 정책부터, 플랫폼에서 제품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설계까지, 화면에 드러나지 않는 영역에서 손볼 것이 많았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건 TF 특유의 빠른 전개와 잦은 변동성, 그리고 의사소통이었다. 제품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처음에 설계한 흐름이 빈번하게 바뀌었고, 전체 구조를 꿰뚫고 있는 사람이 소수다 보니, 방향을 조정할 때마다 에너지 소모가 컸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는 큰 의미가 있었다. 개별 제품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치닷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정립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사용자에게는 통합된 경험을, 내부적으로는 통일된 관리 체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플랫폼 중심 전략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이정표였다.
아마 앞으로도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는 이 방향을 따르게 될 것같다. 상반기 안에는 에이치닷의 회원 정책, 인증 구조, 정책 연동 방식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플랫폼 전략이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일관된 경험을 설계하는 체계’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신경 쓸 게 많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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